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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소원 빌기에 딱~ 눈꽃나라·얼음왕국 여행지

덜컹덜컹 눈꽃열차에서 “새해 소원을 말해봐~”

정리/강지원 기자 l 기사입력 2019/01/0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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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가 밝았고, 기해년(己亥年)이 시작됐다. 2018년 세모의 신문은 암울한 뉴스로 뒤덮였다. 경제면을 봐도, 정치면과 사회면을 봐도 속시원한 소식은 없고 우울한 뉴스가 넘쳐났다. 먹고 사는 문제가 진전되지 않아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져 간다지만 새해 벽두에는 또다시 힘을 내자! 2019년은 ‘좀더 나은 한 해’가 되길 기도하고 믿으면, 지난해보다는 풍요롭고 밝은 세상이 이뤄지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새해 첫 주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온 세상이 폭신하고 부드러운 눈으로 뒤덮인 곳, 신나는 얼음판이 있는 겨울왕국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특히나 눈꽃 트레킹은 겨울철에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니겠는가? 순백의 눈꽃 세상에서, 오지의 겨울 바람과 청량한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새해에는 복(福)이 오길 빌어보자.

 


 

톡톡 차창 두드리며 하얀 눈 내려앉으면 세상은 겨울왕국 변신
62미터 인공폭포 시나브로 얼어붙어 사람처럼 저마다 다른 표정


계곡 따라 흙·돌·나무·물 밟으며 걷는 선재길, 겨울이면 설국으로
봉화산 자락 아홉 굽이 지나쳐 쏟아지던 폭포수, 1월엔 얼음왕국

 

1. 경상북도 겨울왕국


한겨울에는 폭폭 연기 뿜고 달리는 기차 여행이 제격이다. 경북 내륙의 첩첩산중 승부역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보자. 눈이 오면 금상첨화다. 톡톡 차창을 두드리는 눈이 내려앉으면 세상은 겨울 왕국으로 변신한다. 분천역에 도착하면 무조건 내리자.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 마을이 유명한데, 우리나라에도 분천역 산타마을이 있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탄 산타클로스와 기념 촬영하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한겨울 청송 얼음골에는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얼음골이 꽝꽝 얼어붙으면 갈고리 같은 아이스바일을 손에 들고 크램폰을 발에 차고 빙벽을 오른다. 해마다 1~2월에 열리는 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에 세계 ‘빙벽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해 얼음골을 달군다.


승부역은 경북 내륙의 오지다. 석포면에서 승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지만, 겨울에는 노면이 얼어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겨울철 승부역 일대는 기차가 지배하는 숨은 왕국처럼 느껴진다.


승부역으로 가는 관광열차가 그 유명한 ‘환상선 눈꽃열차’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겨울이면 한시적으로 운행한다. 일반 열차를 타려면 영주역으로 가야 한다. 영주역에서 영동선 무궁화호를 타면 봉화역·춘양역·현동역·분천역 등을 거쳐 승부역에 닿는다. 분천역~승부역~철암역 구간을 왕복하는 브이 트레인(V-train, 백두대간협곡열차)과 서울역에서 출발해 분천역과 승부역 등을 거쳐 제천에 도착하는 오 트레인(O-train, 중부내륙순환열차)을 타는 방법도 있다.

 

▲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된다.    


기차를 탔다면 우선 분천역에 내리자. 분천역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무인화가 진행되다가, 2013년 V-train과 O-train이 개통하면서 환골탈태했다. 산골에 있어 눈이 많고 춥다는 점을 고려해 ‘산타마을’로 테마를 정하고, 주민들이 아기자기하게 마을을 장식했다.

 

▲ 분천역에 정차한 V-트레인.    


분천역 앞에는 루돌프 네 마리가 끄는 썰매가 반긴다. 산타 옆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다양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북극곰 조형물 등이 겨울 축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아이들은 썰매를 좋아한다. 특히 꽝꽝 얼어붙은 개천에서 지치는 썰매는 요즘 아이들에게 생소한 놀이다. 코 흘리며 썰매 타던 추억을 간직한 어른들은 연방 넘어지면서도 즐거워한다.

 

▲ 썰매를 즐기는 가족.    


이글루 소망터널에서 새해 소망을 적었으면 승부역으로 이동하자. 덜컹덜컹 흔들리며 차창 밖으로 눈 덮인 산하를 보는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승부역에 내린 사람은 필자와 할머니 한 분이 전부다. 평일이라 더 한적하다. 할머니는 역사를 서성거리다가 간이 대합실로 들어선다. 따라가 슬쩍 말을 붙여본다. 나물 팔러 석포에서 왔다고 한다. 대합실에 앉아 무작정 V-train을 기다린다. 기차가 오려면 두 시간 이상 남았다. 할머니 보따리의 나물이 전부 팔렸으면 좋겠다.


할머니와 헤어져 설렁설렁 주변을 산책한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걷기 여행자에게 인기를 끄는 ‘낙동강 세평하늘길’이다. 강줄기를 따라 조금 걸어본다. 꽝꽝 언 강물에 눈이 살짝 덮였다. 앞쪽으로 수려한 절벽이 우뚝하다. 마치 동강의 석회암 절벽, 뼝대를 보는 기분이다. 겨울 강물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뼛속까지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승부역으로 돌아온다.


경북 청송에는 승부역에 버금가는 오지 골짜기가 있다. 주왕산이 남쪽으로 흘러내린 지점이며, 청송의 동쪽 끝이다. 청송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는데, 그중에 얼음골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로운 곳이다.


얼음골에 도착하니 바람이 매섭다. 얼음골은 오후 2시가 지나면 해가 산등성이 뒤로 넘어가 춥다. 얼음골에서는 우선 약수를 맛봐야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 얼음골약수터로 향한다. 약수는 의외로 미지근하다. 이곳 약수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차갑지 않다. 얼음골의 신비를 간직한 약수로, 물맛이 부드럽고 깊다.


약수터 옆에 자리한 높이 62미터 인공 폭포는 시나브로 얼어붙었다. 얼음은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 사람처럼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얼었다. 인공 폭포와 기암절벽이 꽝꽝 얼어붙으면 거대한 빙벽장으로 변신한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이 열린다. 2017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난이도 부문에서 남자부 박희용 선수와 여자부 송한나래 선수가 동반 우승했다.

 

▲ 인공폭포와 주변 기암절벽에 빙벽장이 만들어진다.    


얼음골을 즐겼으면 청송의 명소를 둘러보자. 주방계곡은 주왕산의 절경이 모인 곳이다. 대전사 보광전 뒤로 우뚝 솟은 기암(旗岩)은 주왕산의 상징이다. 생김새가 ‘뫼 산(山)’자 모양이라 웅장하고 당당하다. 주방천을 따라 걸으면 거인의 얼굴 같은 바위가 차례로 나타난다. 먼저 급수대가 오른쪽에서 고개를 쳐들고, 다음은 시루봉과 학소대가 차례로 얼굴을 내민다. 급수대가 험상궂다면 시루봉은 인자한 할아버지같다. 설렁설렁 걷다가 용추폭포(제1폭포)에 이르러 발걸음을 돌린다.


주왕산에서 내려오면 청송수석꽃돌박물관이 지척이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청송 꽃돌과 수석을 전시한 문화공간이다. 전시관에는 크기와 무늬가 다양한 꽃돌이 가득하다. 화산암 속의 광물질이 꽃처럼 아름다운 무늬를 그려내서 꽃돌이라고 부른다. 돌 속에 국화가 핀 듯하다.


박물관에서 나와 진보면으로 가다 보면 객주문학관을 만난다. 폐교된 고등학교 건물을 고친 객주문학관에서는 김주영의 소설 <객주>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김주영은 청송 두메산골에서 태어났고, 한국 문학사에 남을 걸작 <객주>로 명성을 얻었다. 조선 후기 보부상의 삶과 애환을 그린 <객주>의 여러 장면과 깨알 같은 글씨로 노트를 가득 채운 작가의 육필 원고가 감동적이다.


<글·사진/진우석(여행작가)>

 

2. 강원도 겨울왕국


겨울 강원도는 눈과 얼음의 향연장이다. 정중동의 체험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지난해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주 무대 평창에서는 고요한 선재길 눈꽃 트레킹이 눈부시다. 춘천 구곡폭포는 아슬아슬한 빙벽 등반으로 짜릿함을 더한다.


오대산 선재길은 사색과 치유의 숲길이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이 길에는 눈꽃 트레킹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계곡 따라 이어지는 선재길은 흙, 돌, 나무, 물을 밟으며 걷는 길이다. 겨울이면 눈이 고요함을 더한다. 상원사를 잇는 도로가 생기기 전, 선재길은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는 길이었다. 오대산 화전민이 나무를 베어다 팔던 삶과 애환의 길이기도 했다.

 

▲ 오대산 선재길 눈꽃 트레킹.    


가을에 붉은 단풍이 수려한 계곡은 겨울이면 설국으로 변신한다. 선재길은 약 9km로 겨울에는 세 시간 남짓 부지런히 걸어야 닿는다. 오르는 길이 잘 닦였고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도 여유롭게 산행에 나설 수 있다. ‘선재’는 화엄경에 나오는 동자의 이름으로, 지혜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젊은 구도자가 걸은 길의 의미가 담겼다.


선재길 눈꽃 트레킹의 출발점은 월정사다. 오대산에 눈이 쌓이면 천년 고찰 월정사의 문을 두드린다.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 숲은 초록과 흰색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숲에는 최고 수령 300년 된 전나무 1700여 그루가 계곡과 나란히 길목을 채운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한 뒤 연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3년 창건된 월정사는 팔각구층석탑(국보 48-1호)과 전통찻집에서 내는 차 한잔의 여유까지 곁들여져 겨울 향이 따사롭다.


월정사를 나서며 본격적인 선재길 산행이 시작된다. 지장암, 지장폭포, 회사거리 등은 월정사 권역에서 만나는 볼거리다. 회사거리는 일제강점기에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는 회사(제재소)가 있던 터로, 화전민이 이곳에 모여 살았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선재길은 섶다리, 오대산장(야영장), 동피골, 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선재길 따라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있다. 새소리와 얼음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 뽀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동행이 된다.

 

▲ 선재길 섶다리.    


세 시간 남짓한 트레킹은 상원사를 만나 마무리된다. 월정사의 말사로 문수보살을 모신 상원사는 고즈넉함이 더하다. 이곳에서 오대산 정상 비로봉까지 발걸음을 재촉할 수도 있고, 초입의 찻집에 앉아 지나온 길을 더듬으며 사색에 잠겨도 좋다. 선재길 겨울 산행 때는 등산화 착용이 필수다. 상원사에서 진부로 가는 막차는 오후 5시 20분. 4시가 지나면 상원사가 어둑해지는 점을 감안해 출발 시각을 조절한다.


오대산 초입에 산채정식 등을 내놓는 식당가가 새롭게 조성됐다. 허기를 채우고 내려서면 오대산 산행의 나들목인 진부다. 진부전통시장은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한 유서 깊은 곳으로, 끝자리 3·8일에 오일장이 선다. 오대산에서 나는 약초, 할머니들이 내놓는 청국장, 주문진에서 넘어온 수산물이 모여 구수한 풍경을 연출한다. 오대천 둔치에서는 해마다 겨울이면 평창송어축제가 열리고 얼음낚시, 스노래프팅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마련된다.


춘천 구곡폭포는 아찔한 빙벽으로 겨울 손님을 맞는다. 봉화산 자락을 아홉 굽이 지나쳐 쏟아지던 폭포수는 겨울에 얼음 왕국으로 변신한다. 높이 약 50미터 빙폭이 대형 고드름과 어우러지며 얼음 세상을 만든다.

 

▲ 구곡폭포와 대형 고드름이 어우러진 얼음 세상.    


얼음이 꽁꽁 얼면 빙벽 전문 산악회의 안전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다. 폭포에 로프가 걸리며 스파이더맨이 된 듯 빙벽에 몸을 의지해 등정에 도전한다. 주말이면 동호인 2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천연 폭포가 선물한 빙벽은 눈부신 자태가 도드라진다. 빙벽 등반 때 발로 얼음을 찍는 키킹 같은 동작에서는 일반 산악 등반과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


빙벽은 완전 결빙 상태를 확인하고 올라야 하며, 헬멧과 빙벽화, 안전벨트 등 보조 장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수직 빙벽에 오르기 전, 경사진 얼음 위에서 걷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 낙빙은 빙벽 등반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사항으로, 입구 매표소에서 안전 책임에 관한 서약서를 받는다.


일반 나들이객은 폭포를 지켜보기만 해도 짜릿함이 전이된다. 폭포 앞에는 거대한 얼음 절벽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다. 구곡폭포 앞 계단을 올라설수록 탄성이 쏟아진다. 전망대 넘어 폭포 아래까지 다가서는 것은 안전을 위해 제한된다.
매표소에서 구곡폭포까지 20여 분간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폭포 가는 길에 ‘끼, 꾀, 깡’ 등 9개 단어를 테마로 한 이정표가 있어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구곡폭포 탐방 뒤에는 인근 문배마을을 거쳐 검봉산, 봉화산 산행에 나설 수도 있다.


춘천의 흥미진진한 체험 여행 중에 토이로봇관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애니메이션박물관 옆 새롭게 단장한 토이로봇관은 상상 속 로봇을 현실에서 조우한다. 로봇 권투, 로봇 아바타, 로봇 댄스 체험 등이 방학을 맞은 꼬마들에게 인기다.


첨단 현대에서 과거로 달리면 김유정문학촌을 만난다. 김유정 생가와 이야기집은 추억 나들이를 돕는다. <봄봄> <동백꽃> 등 소설 속 장면을 재현한 동상을 구경하고, 김유정의 고향인 신동면 증리(실레마을)에 조성된 실레이야기길을 둘러보며 작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글·사진/서영진(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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