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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옥탑방 한 달 살이’ 내막

행정가 이미지 탈피?…“대권행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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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기사입력 2018/08/05 [16:24]

지난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명이다. 서울이라는 우리나라 중심지에 지자체장인데다, 무난히 3선까지 달성하면서 그의 위상이 올라간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 여권 경쟁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자사 모두 각종 문제로 흔들리면서 박 시장에게 더욱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다만 ‘정치인’보다는 ‘행정가’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과 ‘진보 색채가 뚜렷’하다는 점은 지난 대선 경선때도 그랬고, 향후에도 그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박 시장은 최근 ‘변화’를 선택했다. 정치인 다운 ‘쇼맨쉽’과 보수까지 아우르는 ‘확장성’을 노리는 행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옥탑방 생활 시작한 박원순 서울시장…민원인들과 소통
정치적 쇼맨쉽에 ‘갑론을박’ 벌어져…지역주민은 ‘호평’
부동산 개발 공약으로 보수층에 어필…조기 대권행보?
쓴맛 본 지난 대선…대권 잡기위한 숙제는 ‘자기 계파’ 

 

▲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강난희 여사. <사진출처=박원순 페이스북>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22일 강북구 삼양동(강북구 솔샘로35길 18) 단독주택 2층에 있는 옥탑방에 입주했다. 박 시장은 이날 저녁부터 오는 7월18일까지 이곳에서 살면서 시청으로 출퇴근한다. 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시정을 하겠다는 박 시장의 ‘강북 한달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옥탑방은 30㎡(약 9평) 규모로 침실과 집무실로 이뤄졌다.

옥탑방 생활
짐 정리 후 기자들과 마주한 박 시장은 “절박한 민생의 어려움을 느끼고 강남북 격차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한달간 제가 말하기보다 주민들에게 듣는 시간을 가질 테니, 시장 아니고 이웃 주민으로 대해주시고 언제든지, 무엇이든 말씀해 주시길 바란다. 제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상머리에서의 정책은 2차원이지만 시민들 삶은 3차원”이라며 “현장에 문제의 본질도, 답도 있다. 동네, 나아가 강북 전체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의 옥탑방에서는 고충을 털어놓기 위한 민원인들로 날마다 북새통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인들은 시장이 직접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박원순 서울시장 옥탑방 한달 살기를 두고 정치인, 시민단체, 지역 주민 등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30일 밤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원한 에어컨 아래 대신, 뜨거운 시민 속에 있어보니 잘 안보이던 것들, 놓치고 넘어갔을 것들이 보인다. 진정 살아있는 정책들이 들린다”며 “걱정과 우려, 비판은 감사히 받겠지만 민생 현장을 조롱해선 안 된다”고 했다.


박 시장은 “제가 알기에 국회에서 아침 조찬간담회 때 보좌진들이 준비하는 죽과 같은 죽이다. 하 의원 주장대로라면 국회는 매일 보좌진을 동원해 황제식사를 하고 계시다는 말씀인가요?”라고 되묻고 “평소 그렇게 비판하시던 홍준표 전 대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저는 여기(서울 삼양동 옥탑방에) 놀러 온 게 아니다. 서민 체험하러 온 것도 아니다”며 “저는 여기 일하러 왔다”고 맞받았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 대신, 뜨거운 시민 속에 있어 보니 잘 안 보이던 것들, 놓치고 넘어갔을 것들이 보인다”며 “동네 주민들과 식사하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 진정 살아있는 정책들이 들린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또 “제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중, 하 의원님께 소개하고픈 글이 하나 있다”며 댓글을 소개했다. 박 시장이 소개한 댓글에는 “대한민국 정치인 모두가 일 년에 한 번씩 이런 쇼라도 했으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금보다는 응원했을 거다. 이벤트도 매일 하면 생활이니까 그땐 살만하지 않겠나~ 부탁인데 일도 책임감도 애민사상도 아무것도 없음 쇼라도 해라. 뭔 배짱이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런 박 시장의 글은 지난 7월28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박 시장을 향해 “진정 서민 체험하고 싶다면 한 달이 아니라 임기 4년 내내 옥탑방 사시길 권한다”고 날을 세운 데 따른 것이다. 하 의원은 국회 원내 대책회의에서도 “일 잘하려면 맑은 정신에 해야 한다. 선풍기로는 부족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 시장에게 에어컨을 꼭 보내주시라”며 문 대통령의 선풍기 선물을 비꼬았다. 하 의원은 “박 시장이 일요일 새벽에 공무원들을 시켜서 전복죽을 배달시켜 먹었다. 귀족 체험 아니냐는 비판이 좀 아팠나 보다”라고 말했다.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라 불리는 열악한 주거 시설에 사는 이들이 많은 청년층에서는 쓴소리가 나온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시장이 열악한 주거 환경을 몸소 느끼려고 하는 취지는 좋지만, 주거 문제는 시정 운영에 집중하며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정책 차원에서 나오는 게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처음엔 왜 이러시나 우려가 됐는데, 삼양동 주민처럼 근처 시장에 가고 매일 지역 주민들을 만나더라. 한 지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우면 한 달 뒤 다른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정치인을 비롯한 공인의 삶은 ‘쇼’의 모습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삼양동 옥탑방 체험도 ‘정책 수립 과정’”이라고 말했다. 강북구 삼양동 한 직장인도 “시장이 직접 와서 우리 동네를 알고 가면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삼양동 한 주민은 “지금은 ‘쇼’라는 이야기도 많지만 박 시장의 강북구 거주 성공 여부는 떠난 뒤 이곳에서 들은 주민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하고, 챙기는지 보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삼양동 주민과 소통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출처=박원순 페이스북>

 

조기 대권행보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탑방 한 달 살기’에 나서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원순의 대권 행보가 벌써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자신의 기존 성향과는 다른 ‘여의도·용산 개발’ 이슈를 전면적으로 꺼내는 모습은 영락없는 ‘대권 행보’라는 것이다.


여의도 부동산 개발은 ‘보이는 공적 만들기’, 옥탑방 정치는 ‘대중적인 이미지 확대’를 위한 접근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행정가’의 이미지가 짙은 나머지 ‘대중성과 대표 성과물 부재’라는 대권 주자로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지난 7월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을 위해 찾은 싱가포르에서 가진 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 시장은 자신의 색깔과는 전혀 다른, 심지어 지지층의 반발까지도 우려되는 발언을 꺼냈다. 여의도와 용산을 ‘신도시급’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복지·환경에 집중했다는 그의 기존 모습과 대별됐고 주변에서는 박 시장이 보수층을 노린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7월22일부터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를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뒤처진 강북에 직접 살면서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것이지만 서민을 향한 그의 마음은 잊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묻어났다.


박 시장은 이어 7월25일에는 관계 장관들, 기업 대표들을 모아놓고 자영업자들의 결제 수수료를 0%로 만들겠다는 ‘제로페이’를 내놓았다. 이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서민의 생활과 진보 이슈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보수층으로의 확장성이다. 지난 선거에서 강남3구 가운데 서초구를 제외한 강남·송파구에서 승리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다만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시장이 7월10일 대규모 도시개발 계획을 내놓은 것은 그런 이유로 해석된다. 여의도와 용산은 강남과 함께 대표적인 보수 지역이다. 자신은 결코 반개발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은 강조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과거 정당이 다른 지자체장이었던 인천시와 경기도가 같은 당으로 바뀐 것은 호재다. 박 시장은 수도권의 두 지자체장과 함께 환경부·국토교통부와 회동하며 미세먼지 저감 및 도시개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박 시장이 ‘행정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조정자’로서의 역할에서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선풍기를 조립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강난희 여사. <사진출처=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자기계파 만들기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1년 10·26 재·보궐선거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자진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빈자리를 꿰차며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5% 내외의 지지율로 출발한 그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극적인 단일화 양보를 받아 무소속 범야권단일후보로 출마, 53.4%의 득표율을 기록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46.2%)를 누르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55.8%의 득표율을 얻어 정몽준 새누리당(現 한국당) 후보(43.3%)를 두 자릿수 격차(12.5%)로 따돌리며 여유롭게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보다 굳건히 다지게 됐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한 자릿수에 머무는 저조한 지지율과 당내 세력 기반 미약, 공동정부 구상에 관한 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태도 등으로 지난해 1월2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당내 세력 부족은 박 후보의 대권 가도에 가장 큰 한계로 지적돼 온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 후보는 같은 당 의원 30여명이 포함된 매머드급 선거캠프를 꾸리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당내 후보들을 적극 지원하는 등 당내 지지기반 다지기에 열을 쏟았다.


이처럼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 도전에 나선다고 했을 때 가장 문제 되는 것 중 하나는 인물난이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자신이 지원한 후보 중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 혼자만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을 뿐이다.


지난 대선은 박 시장이 새로운 대권 플랜을 세우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적극적으로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덕분에 청와대 요직에 친박원순 인맥들을 포진시킬 수 있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김수현 사회수석은 서울연구원장을 각각 지냈다. 조국 민정수석도 박 시장의 대표 경력인 ‘참여연대’에서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지난 지방선거에서 류경기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중랑구청장으로, 채현일 전 정무보좌관이 영등포구청장으로 각각 당선된 것을 비롯해 전체 구청장 25곳에서 24곳을 싹쓸이하는 데 그가 일등공신이됐다.


다만 여전히 전체 판도를 놓고 보면 ‘박원순의 사람들’은 소수다. 현재 국회에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것은 박홍근·기동민 의원 정도다. 박 시장 자신도 “제가 시민사회 출신이고 국회의원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과의 관계가 처음에는 소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가 계속 학습해가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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