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사건인팟케스트

대구, ‘민주주의 뿌리’인 이유는?

“민족 힘들 때 마다 가장 먼저나선 TK”

가 -가 +

김기목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3/12 [17:27]

지난 2월 말 대구에서는 일주일 간 ‘대구시민주간’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국가기념일 행사인 2.28대구민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펼쳐지는 행사로, 과거 우리나라 민주운동의 효시를 기념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가장 강한 보수지역이자 자유한국당의 텃밭이었지만, 과거에는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그런 기질을 가진 지역이었던 것이다.

 


 

정부 주도로 성대하게 진행된 2.28 민주운동 기념식

국채보상운동 등 최전선에 나섰던 ‘민주주의의 뿌리’

 

▲ 2·28대구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첫 기념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민주사회일수록 관(官)주도적이라기보다는 시민이 주체가 된 각종 행사가 많기 마련이다. 각종 축제행사나 문화행사에서도 행정기관은 후원 또는 지원 쪽으로 뒤로 빠지고, 그 전면에는 시민단체나 지역주민연합회 등의 이름이 먼저 나온다.

 

그렇게 펼쳐지는 많고 많은 연중행사 중에서 지역을 대표하고 시민들의 자부심과 성취감을 고취시키는 게 바로 ‘시민주간’이다. 전국에서 시민주간 행사를 갖는 자치단체들이 많지만 계절을 잘 이용하는데,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2월말 한 주간에 치러지는 행사가 있었으니 바로 ‘대구시민주간(2.21~2.28)’이었다.

    

민주운동의 효시

 

대구시민주간은 올해부터 국가기념일로 행사하게 되는 ‘2.28민주운동’ 기념식의 전제행사로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2월21일부터 ‘북돋움 나눔 대장정’, ‘국채보상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 등 대구시민정신을 북돋울 수 있는 25개의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져 정부기념식이 거행된 지난 2월28일까지 도심을 비롯해 역사적 의미가 있던 여러 곳에서 동시에 펼쳐져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2회째를 맞으면서 전국적인 행사로서 인식 전환의 성과를 가져 오기도 했다. 

 

그 분위기 속에서 절정은 ‘2.28민주운동’ 정부 기념식이었다. 이 기념식이 올해 첫 정부 주도로 실시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 인사 1200명이 참석해 성대히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해 그날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며, 대구정신을 높이 받들어 강조한바 있다. 자유당 시대 이승만 정권의 부정·불의에 맞서서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이 주도가 돼 일으켰던 민주운동이 오늘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발판이었음을 설파했던 것이다.

 

정치와는 무관하고 배움에 진력해야할 고등학생들이 마침내 들고 일어나선 민주운동은 곧 5.18민주운동과 뿌리가 같은 것이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 정부의 폭거에 대한 민간주도의 거부운동이자,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거룩한 행동이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2.28민주운동과 5.18민주운동의 숭고한 뜻을 엮어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강조되고 있는 달빛동맹(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의 화합)이 더 돈독해지기를 축원했다.

 

따져보면 대구지역 학생들이 일으킨 2.28민주운동은 민주주의를 수호내기 위한 피 끓는 청년들의 순수한 정의가 담겨진 민주운동의 효시나 다름없다. 그러니 제대로 평가받아져야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면 2.28민주운동의 도화선이 된 1960년 2월에 대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자유당 정부 주도로 어떠한 불의가 획책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선거때 마다 거론돼온 3.15부정선거가 어떻게 시작됐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 대구 의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굴곡진 정치사를 들춰보면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던 고비 때마다 학생들이 분연히 일어나 항거했던 일들이 허다하다. 대표적인 것이 1960년 4.19혁명이지만 1950년대에도 그런 활동은 있어왔다. 그 발단은 선거 시기에 정권이 부정을 획책하려는 의도였음이 겪어온 역사의 발자취에서도 잘 나타난다. 1960년 3월 15일에 실시되는 정·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자유당 이승만 정권은 조직적으로 야당의 정치활동을 방해했고, 부정 선거를 모의하면서 학생들에 대해서도 선거 유세현장에 나가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족쇄를 채웠던 것이다.

 

1960년 2월 28일은 일요일이었다. 이날 대구에서 민주당 장면 부통령 후보의 유세가 결정되자 2월 중순부터 정부가 나서서 대구지역 고등학교에 공문을 내렸다. 경북고가 3월 3일에 실시 예정인 학기말 시험(당시에는 4월에 새 학기가 시작)을 일요일인 2월 28일 치르기로 조치했고, 또 2,28일에 맞춰 경북대 사대부고는 임시수업을, 대구고교는 학생 전원에게 토끼사냥 계획, 대구상고는 졸업생 송별회 개최 등을 하기로 교육 당국이 결정했던 것인데, 이유를 그럴듯하게 내세웠지만 당일 장면 부통령 유세장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따라 일요일에 시험 치러 학교에 나온 경북고 학생들이 당일 오후 1시경 학생 대표가 결의문 낭독을 끝 마치자 8백여 학생들이 교문을 나섰다. 성난 학생들은 “학원을 정치도구화하지 말라”, “학원 내에 미치는 정치세력 배제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 소식을 들은 대구지역의 대구고교, 경북대 사대부고, 경북여고 등이 시위에 동참했고, 2월 29일에도 대구여고·대구상고의 일부 학생들이 데모에 참가했다.

 

이같은 학생들의 순수한 교육 보장 요구에 대해 당국은 의도를 갖고 왜곡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3월 2일 이강학 내무부 치안국장은 대구 학생들이 북괴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분개한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은 물론, 대전고(3월 8일), 수원농고·청주고(3월 10일)를 비롯해 부산, 서울 등 전국으로 이어져나갔고, 정·부통령 선거 전날에도 서울에서는 고등학생들의 거센 데모가 계속됐다. 자유당 정권의 3.15부정선거를 타파한 위대한 4.19혁명의 도화선은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교육주권 보장 요구와 민주주의 사수 외침이었던 것이다.

    

▲ 대구광역시 중구 동인 2동 국채보상공원에 위치한 국채보상운동 기념관. <사진출처=국가보훈처 블로그>

 

자랑스런 역사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대구의 정신을 기리면서 문 대통령은 제58주년 2·28 민주운동 기념식에서 대구가 우리나라 최초로 학생민주화 운동이 발원한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고, 관련 행사를 하면서 “대구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닌 곳이다. 다소 보수적인 곳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과거 항일의병이 가장 활발한 곳이었고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정치인들이 받아들이기에 따라 논란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흔히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대구 = 보수’ 등식이 아님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 보여진다.

 

‘2.28민주운동’의 숭고한 정신은 특히 한국정치에서 교훈삼아야 하는바, 공직선거에서 계층을 이용하거나 지역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에서는 대구가 마치 자신들의 텃밭인양 의기양양해 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동진정책이니 하면서 공략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 같이 정치권에서 대구를 단순히 이념의 카테고리 안에 가두려고 하는 것은 민주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구는 일제시부터 우리민족의 자존심인 한 국채보상운동이 발생한 지역이요, 3.15 의거와 4.19혁명의 기폭제가 된 2.28민주운동이 일어난 도시다. 또한 대한민국 최초로 학생민주화 운동이 발원한 ‘민주주의의 뿌리’인만큼 제발 정치인들이 이전투구(泥田鬪狗)하면서 자랑스런 대구를 정치 도구화로 명예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당부해본다.

    

kgb111a@naver.com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주)펜 그리고 자유.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