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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건강 바로미터 ‘쓸개’

왠지 몸이 피곤할땐…“문제는 독성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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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기사입력 2018/03/10 [17:12]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랬다 저랬다 하는 행동을 가리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라는 말을 쓴다. 간과 쓸개는 크기에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치상으로는 아주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다. “간담이 서늘하다”라는 말에서 간과 쓸개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음을 추정할 수도 있다.

 


 

쓸개는 쓸개즙을 저장하는 일을 하므로 속이 비어 있어

담석은 ‘콜레스테롤 담석’과 ‘색소 담석’으로 구분 가능

생으로 먹는 민물고기는 담도암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해

구토 심하게 하면 입으로 올라오는 노란 물질이 쓸개즙

 

▲ 쓸개는 몸에 독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질환을 방치하면 위험하다. <사진출처=PIXABAY> 

 

쓸개는 담낭이라고도 하며, 서양사람들은 이를 배 모양이라 하고, 우리의 조상들은 주머니 모양이라 했다. 쓸개는 쓸개즙(담즙)을 저장하는 일을 하므로 속이 비어 있고, 근육층이 발달해 있다. 비대칭 타원 모양을 하고 있으며, 길이는 7cm, 폭은 4cm 정도다.

    

간 옆에 쓸개

 

간과 쓸개에서 배출되는 물질은 작은 창자로 흘러 들어간다. 간에서 빠져나오는 관과 쓸개에서 빠져나오는 관이 만나서 작은 창자로 들어가는 길을 담도라 한다. 담도는 작은 창자쪽에서 보면 한 가닥이지만 간과 쓸개쪽으로 올라가면 갈라져 각각 간과 쓸개로 들어간다. 간으로 연결되는 관은 다시 오른쪽과 왼쪽의 것으로 갈라진다.

 

소화와 관련하여 담도가 하는 일은 단 하나, 쓸개즙을 통과시키는 일이다. 쓸개즙은 간에서 하루에 500-1000ml가 꾸준히 생산되고, 쓸개에서는 이를 저장하고 농축시키는 기능을 한다. 쓸개가 저장할 수 있는 최대량은 40-70ml 정도이며, 저장된 쓸개즙은 분비되어야 할 시기를 기다린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이 위를 통과하여 작은창자(소장)에 이르는 동안 소화계통 곳곳에서는 다양한 기능이 일어나 소화가 진행된다. 위를 통과한 미즙이 샘창자로 들어가면 창자벽에 위치한 세포에서 콜레시스토키닌이라는 호르몬을 합성한다. 이 호르몬이 샘창자 내부로 흘러나오면 이자(췌장)와 쓸개를 자극하여 소화에 필요한 물질을 작은창자로 보내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자는 사람의 몸에서 필요로 하는 소화효소 중 가장 많은 양을 분비하는 곳이지만 이자에서 분비되는 효소만으로 지질을 모두 소화시킬 수는 없으므로 담즙이 샘창자(십이지장)로 흘러들어가 지질 소화를 도와주어야 소화가 잘 진행된다. 미즙에 지질 함량이 많은 경우에는 콜레시스토키닌 분비량도 많아진다. 쓸개즙은 약 알칼리성을 띠고 있으며, 소화효소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액 속에 들어 있는 쓸개즙염이 커다란 지방 방울을 잘게 쪼개는 역할을 하므로 소화효소의 접촉면을 넓혀 주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지질 분해효소인 리파아제의 기능이 더 잘 나타나게 된다.

 

가끔씩 텔레비전에서 곰의 몸에 관을 꽂은 후 곰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건강을 위해 곰의 쓸개즙을 섭취하는 뉴스가 방송되곤 한다. 불법으로 야생동물을 다루다 경찰에게 잡혔다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곰의 쓸개즙이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 곰의 쓸개즙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될지는 모르겠으나 갖가지 기생충과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야생동물의 체액을 가열하지도 않고 그냥 먹는 것은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웅담(熊膽)이란 문자 그대로 곰의 쓸개를 가리킨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말려서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곰뿐 아니라 저담(猪膽)이라 하는 돼지의 쓸개를 약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쓸개가 없는 동물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간에서 생성된 쓸개즙이 저장되지 못하고 곧장 샘창자로 흘러 들어간다.

    

쓸개와 담석

 

쓸개는 쓸개즙을 저장하는 기능 외에 쓸개즙의 조성을 변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위에서 쓸개가 쓸개즙을 농축시킨다고 기술한 것은 쓸개즙의 조성이 변화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저장기간이 길어질수록 수분이 흡수되므로 쓸개즙염의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쓸개즙의 성분은 담즙산이 약 80%, 레시틴을 포함한 인지질이 약 16%, 나머지가 콜레스테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외에 빌리루빈을 포함한 기타 성분이 소량 포함되어 있다. 담도를 흘러가는 쓸개즙의 성분에 변화가 생기면 침전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질수록 쓸개즙에 단단한 침전물이 생기는데 이를 담석이라 한다. 담석은 담도에 생긴 돌멩이 라는 뜻이다.

 

담석은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으며, 콜레스테롤 담석이 약 80%, 색소 담석이 약 20%를 차지한다. 두 담석 모두 원인이 아주 다양하므로 원인을 제거하여 담석을 예방하기는 아주 어렵다. 미국에서는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 부검결과를 종합하면 40세 이상 여성의 20%, 남성의 8%가 담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서양인들에게 콜레스테롤 담석이 많은 것은 지질을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습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진행 중인식생활습관의 변화는 담석 환자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인체 내부에 쓸모 없는 돌멩이가 생기면 여러 가지 증상을 유발한다. 주변조직을 건드려 통증을 일으키고, 자극을 받은 조직은 방어기전을 발동하여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쓸개즙이 흘러나갈 길을 막고 있으므로 폐쇄에 따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매스꺼움, 구토, 소화불량, 복부 팽만, 불쾌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는 수술로 제거하거나 돌멩이를 녹일 수 있는 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또한 초음파를 이용하여 몸 밖에서 충격파를 보내 담석을 작은 가루로 깨뜨릴 수 있다. 어떤 치료방법을 선택할 때에는 담석의 크기와 위치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 담석증은 담즙의 찌꺼기가 돌처럼 굳어 발생하게 된다. <사진출처=KBS 영상 캡처> 

 

쓸개와 암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피비게르의 수상업적은 스피롭테라 선충이 위암을 발생시키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당시 또다른 수상후보의 한 명이던 일본인 야마기와는 토끼의 귀에 콜타르를 반복 도포하여 암을 발생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발암물질이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로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그로부터 83년이 지난 지금 야마기와의 연구업적은 수많은 발암물질을 발견하는 원동력이 됨으로써 화학물질에 의한 발암과정이 암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지만 피비게르의 연구업적은 특수상황에서 발생한 우연의 발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피비게르는 엉터리 업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셈이다.

 

그렇다면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거짓인가? 피비게르의 연구결과에 잘못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는 기생충 발암설은 엉터리 이론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세상이 돌고 돌듯이 진리도 돌고 도는 법이라 새로운 발견이 나타나면서 기생충 발암설은 진리로 탈바꿈했다. 혹시 민물생선회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한때 매스컴에서 민물생선회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떠든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잠잠해진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민물생선회 이야기가 매스컴을 탈 때는 비브리오균이 오염되어 있다거나 생선을 키우기 위해 몸에 좋지 않은 화학물질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간흡충(간디스토마)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생충이 인체에 들어오면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민물고기에 기생하는 간흡충은 덜 익혀 먹을 때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온다.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상복부가 거북해지고, 통증, 설사,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담도에 염증을 일으키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이차 감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담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담도암은 치료하기 어려운 암에 속하므로 예방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간흡충은 담도암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전체 담도암 중에서 간흡충에 의한 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높지 않으며, 담석, 쓸개의 석회화 또는 도자기화, 낭종, 용종, 경화성 담관염, 선천성 간섬유증 등이 모두 암 가능성을 높이는 질병이므로 일단 발견되면 치료를 잘 하셔야 한다. 담도암을 일으키는 간흡충 외에 주혈흡충도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거짓이 아니다.

    

쓸개즙과 건강

 

기원전 5세기에 활약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와 2세기에 로마에서 활약한 갈레노스는 질병이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네 가지 용액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는 4체액설을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람의 몸 속에는 혈액, 점액, 흑담즙, 황담즙이 존재하며 이들이 균형을 이루면 질병이 발생하지 않고, 불균형을 이루면 질병이 발생하므로 병이 생기면 부족한 액체를 보충하여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4체액설에 이야기하는 흑담즙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4체액설은 역사적으로는 중요하지만 오늘날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론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쓸개즙(담즙)은 무슨 색을 띠고 있을까? 피 속에서 산소운반을 담당하는 적혈구의 수명은 120일이다. 수명이 다한 적혈구가 깨지면 헤모글로빈이 빌리루빈으로 대사되어 간으로 간다. 쓸개즙에는 빌리루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노란색을 띠며, 혈액속에 빌리루빈이 과다한 경우에는 피부 표면에 빌리루빈이 침착되어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기도 한다. 쓸개즙에 빌리루빈이 아주 많이 포함되어 있으면 초록색을 띠기도 한다.

 

대변과 소변의 색깔이 노란 것도 빌리루빈 때문이다. 적혈구 파괴후 생성된 빌리루빈이 모두 간으로 가는 것이 아니므로 콩팥을 통과하는 피로부터 빌리루빈이 걸러진 것이 소변이 노란색을 띠는 이유이고, 쓸개즙에 포함된 빌리루빈이 작은창자로 들어가서 소화가 끝난 물질과 함께 대변으로 배출되는 것이 대변색이 노란 이유다.

 

과음이나 배멀미와 같이 구토가 심하게 발생하는 경우에는 위 속의 물질을 모두 입으로 내보낸 후에도 계속 속이 뒤틀린 상태가 유지된다. 더 이상 올릴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왝왝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소량의 노란색 물질이 입으로 올라오는데 이것이 바로 쓸개즙이며, 자신의 눈으로 직접 쓸개즙의 색을 확인할 수가 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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