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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먹튀 자본’ 비판 거세지는 연유

지원하면 공장 살린다지만…장기적 철수계획 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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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기사입력 2018/03/02 [18:03]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그 선제조치로 지난 2월12일 군산공장의 문을 닫았다. GM의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30여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GM과 직·간접적으로 다양하게 얽힌 연관 산업마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GM이 한국정부에게 지원을 받으려는 협상전략을 사용한 후, 결국을 문을 닫는 ‘먹튀’행각을 할 것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협상전략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 빠졌다.

 


 

사실상의 장기적인 철수계획…한국시장 사실상 포기

수익성 없는 공장 폐쇄 언급해 여론전 펼치는 전술

‘독일·스웨덴·호주’서도 먹튀 반복…반발커지는 여론

정부도 지원 갑론을박…신종 산업 육성까지 거론돼

 

▲ GM에 대해 ‘먹튀자본 GM’이라고 비판하는 노조원들. <사진출처=SBS 뉴스 캡처>  

 

한국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GM은 일단 한국GM이 구조조정에 성공하고 우리 정부가 추가 지원에 나설 경우 신차 2종을 배정해 한국에서의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국GM이 그룹 내 중·소형차 개발을 전담하고 있어 GM이 전면 철수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장기적 철수준비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GM은 결국 한국에서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GM은 최근 완성차 판매에서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등 신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판매는 거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만 집중하고 돈이 안되는 시장은 정리해 신사업을 위한 ‘실탄’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을 시행 중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시장 규모가 작고 미래 신기술 개발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한국에서 굳이 사업을 지속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 GM 내에서 한국GM은 중·소형차의 개발과 생산, 수출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차는 대형 세단이나 SUV, 픽업트럭 등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 게다가 GM이 유럽에서 철수한 이후 수출도 감소세다. GM에게 한국GM이 갖는 매력이 계속 줄어드는 것이다.

 

만약 한국GM이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크게 줄이고 다음달로 예정된 신차 배정에서 새로운 CUV 생산을 맡게될 경우 GM의 한국 철수설은 당분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GM이 자율주행과 차량공유기업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철수 가능성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결국 한국에서 사업 지속할 이유가 떨어지는 GM과 우리 정부가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지만, ‘먹튀’에 대한 우려가 크다.

 

GM은 한국지엠에 대한 조건부 자구안을 제시하거나 정치권을 상대로 여론전을 펴는 등 고도의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정부의 지원을 받은 뒤 철수한 외국의 전철을 밞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GM은 과거 유럽 등에서 실적이 부진한 공장에 대해 해당 국가의 지원을 요구해 경영을 이어가다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다되면 철수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GM은 지난 2009년 계열사 오펠(Opel)이 경영난에 처하자 독일 정부에 지원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고, 결국 지난해 3월 GM의 영국 계열사인 복스홀과 함께 프랑스 푸조·시트로앵(PSA) 그룹에 매각했다.

 

같은 시기 스웨덴 사브(Saab) 공장이 파산 위기에 처하자 스웨덴 정부에 긴급 재정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2010년 결국 매각됐다. 앞서 GM은 2004년 사브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한 뒤 대량 실업을 우려한 스웨덴 정부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이끌어냈다.

 

2012년엔 호주 정부로부터 향후 10년간 10억달러를 지원받는 대신 홀덴공장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고 2억7000만달러를 선지급 받았지만, 이후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자 지난해 공장 문을 닫고 철수했다.

 

GM의 이런 과거 전력은 한국지엠을 회생시키겠다며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현재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한국지엠의 현재의 위기는 GM의 경영실패에 기인한다. GM이 유럽에서 자사 브랜드를 잇따라 철수시키자 한국지엠에는 빨간불이 켜졌다.한국지엠 수출 물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지역이 유럽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지엠의 수출량은 GM이 유럽 철수를 선언한 2013년 63만대에서 2014년 48만대로 급감했고 2015년 46만대, 2016년 42만대 등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가져왔다.

 

결국 GM은 설연휴를 앞둔 지난 2월13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기에 이른다. 업계는 GM이 설연휴를 앞둔 시점에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것을 두고 ‘한국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받아들였다.

 

수익성이 없는 공장에 대해 공장 폐쇄와 철수를 언급하며 해당 국가를 압박해 이익을 챙기는 GM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것이다.

 

GM은 또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를 위해 3조원에 가까운 본사 차입금을 ‘출자전환’하겠다면서 부평공장을 담보로 요구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빌려준 빚을 주식으로 바꿔 재무 부담을 줄여주겠다면서 차입금 회수를 위해 공장을 담보로 설정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얘기다.

 

특히 GM은 정부를 만나기에 앞서 정치권과 접촉하며 여론전을 펴는가 하면,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출자전환을 할테니 산은도 추가 투자를 하라고 요구하는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고도의 전략을 구사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던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GM은 이후 “한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고 싶다”고 수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업계는 GM의 이같은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일자리를 빌미로 우리 정부를 압박해 지원을 받아낸 뒤 회생 가능성이 사라지면 짐을 싸기 위한 ‘먹튀’의 사전작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를 가볍게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GM의 정부지원 요청안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 재정지원, 세제혜택 등으로 요약된다. 자구책으로는 28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과 27억달러의 본사 차입금 출자전환, 사업 구조조정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GM의 이런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GM이 한국지엠을 회생시키기 위한 중장기 경영개선 계획을 먼저 내놔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와 GM이 한국지엠 회생을 위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해 결과가 주목된다. GM이 ‘먹튀’에 능수능란한 만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것에 대비한 장기 전략도 함께 세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이 언급한 신차 2종의 배정은 결국 한국 정부의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빅딜 카드’의 역할 정도만 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새롭게 배정된 신차의 글로벌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머잖아 GM의 한국 철수설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오른쪽)과 카허 카젬 한국 GM 사장(왼쪽)이 지난 2월20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등과 한국GM 회생계획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상문 기자> 

 

정상화 갑론을박

 

이같은 GM측의 ‘먹튀’ 행각들로 인해, 한국GM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하는지를 두고 정부 내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GM 본사가 한국GM의 회생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정부 지원 여부 및 규모에 따라 한국시장 잔류를 결정하고 지원이 끝나면 결국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GM과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과연 지원에 나서야 하는지를 두고 정부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GM 본사가 한국GM을 정상화하려는 진정성이 있는지를 먼저 살핀 후 이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의의 배경에는 GM이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챙긴 후 결국 한국시장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GM은 스웨덴과 독일, 호주 등에서 공장 폐쇄와 정부 지원을 두고 수년간 옥신각신하다 결국 철수한 선례가 있다. 대량 실업이라는 단어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정부를 이용해 지원금을 타내고 결국 해당국에서 철수하는 행태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 의사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지분 매각 제한이 해제된 직후 철수와 정부 지원이란 단어를 동시에 꺼내 든 데 대한 불신이 있다.

 

군산공장 폐쇄 등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시점도 GM의 지분 매각 제한 시점 해제와 연동해 보는 시각이 많다.

 

대우자동차가 2002년 10월 GM으로 매각되면서 GM그룹은 4억달러를, 산업은행은 채권단 대표로서 2억달러를 현금 출자한 바 있다. 이때 산은은 15년간 지분 매각 제한을 걸었는데 이 제한이 풀리는 시점이 2017년 10월이었다.

 

GM은 이로부터 3개월 후인 지난 1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인천시 등을 만나 증자 참여와 재정지원, 세제 혜택 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이런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자 2월에는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하며 충격을 안겨줬다. 6월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시점이다.

 

GM이 정부에 요청한 계산서는 많게는 1조6000~1조7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증자와 재정지원, 세제 혜택 등이 두루 포함되는 패키지 지원안이다.

 

이 계산서는 결국 한국GM과 협력사의 일자리 15만6000개에 대한 유지 비용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에 약 1만6000명, 부품 협력사에 약 14만명의 일자리를 유지하려면 이 정도 비용을 부담하라는 의미다.

 

군산 지역의 경우 단순 산술 이상의 경제·정치적 손실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은 데 이어 올해 5월 GM 공장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GM 본사의 전략 변화도 정부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GM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유럽으로 수출하던 소형차·경차 생산기지인 한국에서 비중을 축소하거나 철수를 고민하는 것이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이런 전략변화가 장기적인 것이라면 GM이 이번 신차 배정을 통해 한국시장에서 생산량을 일정 부분 유지는 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비중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 지원에 상응하는 정도의 생산량을 유지하다가 결국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지원안을 낸다면 GM에 대해 10년 이상 지분 매각 제한 등 조건을 달 것”이라면서 “그런데 10년이 지나 GM이 또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겠다며 돈을 내라고 할 것이라면 차라리 이번에 내보내고 그 돈으로 피해 지역에 다른 산업을 조성해보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한국GM에 대한 지원안을 낼 경우 조선·해운 등 다른 구조조정 산업과 형평성 문제가 나온다. 또 국내 다른 자동차 업체가 상대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한 듯 한국GM 정상화 지원에 대한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2월21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대규모 실업을 방지하기 위해 조건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비율은 6.4%에 불과했다.

 

‘외국계 기업에 국민 세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응답이 29.8%에 달했고, ‘GM이 타당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시할 때에만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부 지원 의견이 55.5%였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정부는 한국GM의 지속가능한 정상화를 위해 원칙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다만 GM의 철수에 대비해 친환경·첨단 자동차 육성 전략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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