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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중형 판결’ 가까워진 내막

측근 자백·불리한 판결…“위기 끝 안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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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09 [16:16]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자 각종 국정농단 혐의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동시에 무거운 법의 심판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수많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측 모두 주변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측근들이 자백을 한다던가, 국정농단 연관 재판에서 좋지 않은 판결이 나오는 등, 더 이상 혐의를 부인하기도 어려워지며 ‘중형’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측근 김백준 구속기소 공소장에 ‘주범’ 적시된 이명박

수사 할수록 보강되는 혐의들…버틸수록 쌓여가는 범죄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풀려나며 ‘깡패’ 돼버린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이전 정권 언급하며 MB 물귀신 작전까지

 

▲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혐의가 점차 늘어나면서 ‘중형’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출처=e영상역사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월5일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공소장에 뇌물수수 등 혐의 ‘주범’으로 적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삼성 경영진을 겁박’한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는 간접 판단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의혹에 ‘짜맞추기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의 ‘몸통’으로 명확히 지목된 만큼 향후 소환조사와 기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역시 ‘국정농단’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다른 재판부의 판단을 보면 중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

 

포위망 걸린 MB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2월5일 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및 국고 손실의 ‘주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지난 5일 4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김백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고,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물론 이 전 대통령 소환 여부와 관련해서도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을 막 기소한 상태로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여부도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평창 올림픽 이후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더라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종범'인 '방조범'으로 규정된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미 구속된 상태고, ‘사안의 중대성’ 면에서 보면 검찰은 통상 1억원 이상의 뇌물 사건에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왔다.

 

법리상으로 보면 종범이 곧 타인의 죄를 방조하는 방조범을 뜻하며, 방조죄는 정범(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스스로 행한 자)의 행위에 종속된다. 방조는 정범의 범행을 알면서도 그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으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해 이 전 대통령이 ‘정범’이자 ‘몸통’이라는 점 자체는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내심 속에서도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본격적인 ‘선언’에 나서지는 않고 바닥 다지기 수사를 계속 중이다. 검찰은 고심을 거듭하면서 수사가 충분한 명분을 쌓을 때까지 증거를 축적하고 ‘담금질’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범행 액수 등 사안의 중대성 측면에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1억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공직자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에서 1억원의 특활비를 수수한 같은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이라는 점은 검찰의 신병처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4억원+α'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만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는 검찰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김 전 기획관 등 사건 핵심 관계자들의 잇따른 검찰 진술로 사건 전모가 상당 부분 드러나는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점도 구속영장 청구에는 부담이 되는 요소들이다.

 

특히 현 단계에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본인이나 수사로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안, 인사들에 대해선 발언을 아끼고 있다. 일체의 소환 계획 등도 아직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다스 관련 의혹, 대통령기록물 무단 유출 의혹 등 다른 갈래 의혹 수사를 통해 이 대통령의 혐의를 보강한 후 그를 소환해 한꺼번에 조사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검찰은 현재 이명박 정부 시절 다스가 BBK투자자문 대표 김경준씨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데 청와대 등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직권남용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또 최근 영포빌딩 내 다스 ‘비밀 창고’에서 무단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생산 문건을 다량 발견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추가 비자금 조성 의혹,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조카 이동형씨 등이 연루된 일감 몰아주기 의혹, 김재정씨 사후 상속세 축소 의혹 등 다스와 관련한 광범위한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어 다스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 상당히 유의미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 국정원 특활비는 두 전직 대통령 모두에게 ‘스모킹건’이 되는 범죄 혐의가 됐다.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깡패’ 된 박근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전날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사실상 ‘삼성 경영진들을 협박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장본인’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즉 삼성으로부터 수십억 원을 갈취한 ‘깡패’가 된 것이다. 물론 갈취범에는 최순실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어떻게 될까.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사건’, ‘비선 진료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국정농단 사건들은 이미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오는 3월에야 국정농단 재판 1심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최순실은 오는 13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인 피고인 두 명을 맡고 있는 국정농단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항소심 결과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양형 정도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는 지난해부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직권남용·뇌물수수 혐의 등을 심리해왔다. 재판부는 중대한 사건인 만큼, 1월에 잡았던 최순실의 선고를 2월로 미루기도 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뒤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한명은 뇌물을 건네고 다른 한명은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동전의 양면’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를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제3자 뇌물죄로 걸려 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미르-K스포츠 재단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뇌물죄는 범죄 대상이 필요한 ‘대향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뇌물수수로 걸려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또한 이 부분에서 무죄가 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공여자가 무죄여도 뇌물수수자에게 유죄를 내린 대법원 판례가 있긴 하지만,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대향범 관계다. 제3자 뇌물죄는 무죄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서 뇌물공여 금액이 줄어든 부분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겐 유리할 수 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승마지원과 국회 위증 혐의만을 일부 유죄로 인정하면서 그마저도 혐의를 축소해 1심에서 89억 원이었던 뇌물 액수가 36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부회장으로부터 433억 원을 약속받거나 건네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겐 유리한 부분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겐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뇌물수수만 보더라도 금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 항소심 재판부가 언급한 대로 뇌물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겁박’이 있었다면 형이 더 늘어나는 가중처벌 요소다.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더 끈끈하게 본 점도 둘에겐 불리한 정황이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최순실은 뇌물을 수령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뇌물 범행의 핵심적 경과를 조종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태껏 최순실의 뇌물수수를 몰랐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박근혜 재판부가 제3자 뇌물죄를 무죄로 판단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아예 무시할 순 없겠지만, 원칙적으로 모든 재판부는 독립된 하나의 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재판부의 판결을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부회장의 개별 현안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른 판결도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지난해 11월14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항소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이 이유 없이 삼성 합병을 챙겼을 리 없다는 합리적 의심과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판단조차 하지 않은 관계자 증언 등 증거들을 모두 살펴본다면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 제3자 뇌물죄를 유죄로 판단할 수 있다. 

 

앞서 박근혜 재판부는 다른 판결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인 ‘안종범 수첩’을 바탕으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6일,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각각 징역 3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에 적힌 ‘동계스포츠 선수 양성 방안, 메달리스트-스케이트, 스키 영재발굴 훈련, 삼성 지원 스케이트 5억 원 지원’, ‘빙상, 승마’ 등 수첩 내용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영재센터 지원 요구를 했다고 봤다. 반면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선 안종범 수첩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형량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재판부마저도 “뇌물을 준 사람보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비난이 상대적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36억여원의 승마지원을 뇌물로 수수했다는 사실 만이라도 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에서 똑같이 인정될 경우 두 사람이 중형을 피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는 법정형이 5년 이하이지만, 형법상 뇌물수수죄는 수뢰액이 1억원을 넘으면 가중처벌 돼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물귀신 작전

 

이처럼 점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두 전직 대통령들은 혐의의 무게를 줄이려 필사적이다. 특히 이미 구속되어 있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비슷한 혐의가 걸려있는 ‘국가정보원 특수호라동비 불법 상납’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을 언급해 ‘물귀신 작전’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자신은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가) 국정원의 지원을 받았고, 청와대가 써도 법적 문제가 안 된다는 보고를 받았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1월26일 종합일간지 <중앙일보>가 유영하 변호사와 나눈 인터뷰에서 언급됐다. 유영하 변호사는 탄핵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고 최근까지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하고 있는 인물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난 1월4일 국정원 특활비 불법 수수 혐의에 대해 물었다. 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집권 초에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가 국정원 지원을 받아서 쓴 돈이 있고, 우리(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써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그렇게 하시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그 돈을 어디다 어떻게 썼는지 보고받은 것이 전혀 없다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이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자기가 쓴 특활비는 국정원 특활비가 아니라 대통령 특활비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국정농단 재판과 마찬가지로 특활비 혐의 재판도 나가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또는 당시 국정원은 이전 정부,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관련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반박인 셈이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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