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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때 이른 ‘최저임금 투쟁’의 내막

보수·재벌의 꼼수…“최저임금 무력화 저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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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02 [14:20]

7530원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에 대해 재계와 보수세력의 파상공세가 지속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부각시키며, 지나치게 많이 올렸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이에 경비업계의 대량 해고 및 각종 임금 꼼수를 부각시키면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영세’하고 거리가 먼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나 대형사학 등에서 상여급·휴게시간 우회같은 각종 꼼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서 부각되는 부작용은 ‘보수언론’의 기사작성 자양분이 되며,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임기 내 최저시급 10000만원도 함께 흔들리는 중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노동계는 조기부터 ‘최저임금 투쟁’에 나선상황이다.

 


 

때 이른 투쟁 벌이는 노동계…최저임금 사수 나서

기업들 ‘무력화 파상공세’에 양대노총 모두 총력전

노골적 최저임금 꼼수…상여급·휴게시간 우회 편법

근로자 동의 없이 강압 인상…일률적 규제 어려워

 

▲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의 각종 꼼수 행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경영계와 보수언론의 ‘최저임금 때리기’가 가열차게 진행되자 노동계가 본격적인 투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때 이른 투쟁

 

지난 1월30일 오후 민주노총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규탄·최저임금제도 개악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조합원과 시민 7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2018년도 최저임금 결정 이후 자본과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왜곡된 주장과 악의적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날 결의대회는 2019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라며 행사의 성격을 밝혔다. “2019년도 적용 최저임금 인상을 사전봉쇄하려는 목적으로 자행되는 시도들을 규탄한다”고 했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은 보통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스케줄에 박자를 맞춰 왔다. 최임위 노·사·공익위원들이 1차 회의를 하는 4월쯤 시작한다. 최임위에서 본격적으로 인상률을 놓고 열띤 논의를 벌이는 5~6월에는 전국 각지에서 관련 집회와 결의대회 등이 봇물을 이룬다.

 

하지만 올해에는 노동계가 평소보다 3개월 정도 일찍 신발끈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위기감이 깊어진 탓이다. 아직 통계청이나 노동부에서 객관적인 고용지표 등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최저임금이 예년보다 많이 오른 탓에 고용과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든 이슈가 최저임금으로 좁혀지는 탓에 ‘기승전 최저임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프레임이 올 6월까지 이어질 경우 여론의 부담을 느낀 최임위가 두자릿수대 인상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 공약대로라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15% 이상 올라야 한다.

 

정부 인사들의 입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걱정을 부채질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해 “여러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소기업, 영세상공인의 상황을 감안해 큰 틀에서 신축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려야 된다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라며 “하지만 꼭 2020년까지 만원이어야 한다기보다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사업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필요하면)2022년까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둘러싼 논쟁도 노동계의 때이른 투쟁과 맥이 닿아 있다. 최임위 노·사위원들은 지난달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낸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을 놓고 지난 25일부터 전원회의를 열어 토론하고 있다. 개선안은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들어가는 최저임금 기준선을 더 넓게 잡아 ‘매달 주는 정기상여금’까지 넣는 게 골자다. 다음달 20일 3차 전원회의가 끝나면 정부로 공이 넘어간다.

 

현재로서는 개선안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는 산입범위 확대를 최저임금 인상의 전제조건이자,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할 ‘쿠션’으로 보는 분위기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안되면 인상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며 “2020년까지 시급 1만원 인상은 포기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산입범위가 넓어지면 최저임금을 올려도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는다”라며, 최임위가 관련 논의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대 노총 총력전

 

이처럼 조기 투쟁에 나선 노동계는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 7530원에 대해, 재계·보수언론의 파상공세를 뚫고,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현장에 밀착한 노동조합의 특성을 살려 실제 피해사례 신고를 받는 한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안착시키도록 대응책 마련에 힘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23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와 대응책에 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한국노총은 서울 여의도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3개 제조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위반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사업장 85곳(44.0%)이 최저임금을 위반해 임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사 대상 중 70.5%(136곳)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상여금 기본급화, 복리후생비 산정·지급 기준 변경, 휴일 연장 근무 축소 등을 추진하는 '꼼수'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처럼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거나 노조 협의 없이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를 시도하는 사업장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청하고, ‘최저임금 위반·탈법행위 신고센터’를 여의도 본부와 각 지역 상담소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이날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내 청소·경비 노동자 인원 감축 현황’ 사례를 집중 발표했다.

 

이미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부터 지역본부와 법률원 등 전국 15개 지역에 설치한 41개 최저임금 위반신고센터를 통해 최저임금 위반 신고를 받아 2163건을 상담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우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임금 체계 개편, 근로시간 축소)하는 사업장에 대한 정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별사업장에서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서류 상의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인원을 줄이는 대신 단시간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정부의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립대학의 경우 교육부 차원에서도 실태조사를 벌이고, 학교의 대학적립금을 활용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원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청사용자의 법적 책임을 확대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위반하지 못하도록 노조법 2조를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 감독 강화 요구 외에도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난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원청 분담을 의무화하고, 특히 공공부문에 입찰계약할 때 최저임금 인상분이 자동연동되도록 계약제도를 개편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하도급거래의 각종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도록 정부와 공동활동을 벌이고, 시민단체와도 연대해 대국민 홍보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자. <사진출처=SBS 뉴스 캡처>

 

최저임금 꼼수

 

노동계가 조기투쟁에 나선 이유는 역시 기업들의 최저임금 대응수법이 노골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을 이용한 각종 언론플레이는 물론, 조그마한 영세기업들이 불가피하게 사용했던 각종 꼼수를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바꾸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무료로 주던 점심값을 기본급에서 떼거나 경비원 등의 휴게시간을 대폭 늘려 근무시간을 줄여버리는 방법도 자주 쓰인다. 일자리의 질을 낮추기도 한다.

 

이에 시민단체가 ‘최저임금 꼼수’를 부린 10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고 나섰다. 명단 중에는 중소업체 뿐 아니라 커피빈 코리아, 신선설농탕 등 유명 프랜차이즈업체와 종합병원인 분당차병원도 이름을 올렸다.

직장 내 부당대우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지난 1월29일 오전 ‘최저임금 위반 제보 놀부회사 명단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이 사실상 최고임금이 된 지 오래”라면서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돼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분당차병원, SPC 계열사 청주 에그팜,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삼구아이앤씨, 아시아나 기내식캐터링 업체의 재하청 업체인 (주)에어케터링서비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 용역업체인 민경산업, 한국은행 용역업체 등이 상여금을 기본급화했다.

 

대표적으로 분당 차병원의 경우, 상여금을 기본급의 800%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상여금을 깎고 일부인 기본급의 700%를 기본급과 합쳐 월급과 함께 지급하는 꼼수를 썼다는 게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이밖에 신선설농탕은 계약서상 휴게시간 늘리고, 실제 업무 시간은 동일한 형태로 운영해 기본급을 깎았다. 커피빈 코리아는 기존에 있었던 12만원의 식대를 없애는 방식으로 복리후생적 급여를 제외했다.

 

이같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핑계로 각종 꼼수를 쓰는 업계들이 만연한 가운데, 그 가운데서도 최근 아파트 경비업계가 언론지상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상당수를 해고하는 아파트들이 있는 한편, 남겨놓은 인력들에게도 사실상 쉴 수 없는 직업 특성에도 불구하고 휴게시간이라는 명목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편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도권에 위치한 한 아파트의 경비원 임금은 기본급과 야간수당 등을 더해 월 176만원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상승하면서 경비원 월급도 196만원으로 인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1시간 늘려 경비원들의 월급을 189만원으로 정했다.

 

경비원 월급은 지난달보다 13만원 늘었지만 이는 주민들이 부담하지 않는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정부로부터 일자리안정자금 13만원(1인당)을 받아 경비원 임금 추가 인상분으로 쓰기로 했다.

 

이처럼 일부 아파트에서 휴게시간 조정과 이면합의 등 불법·편법을 동원해 올해 경비원 임금을 월 189만원에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사업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노동자 1인당 최대 13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타내기 위해서다. 이 지원금은 월 190만원 미만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만 지급된다. 이 아파트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은 1시간 늘었지만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은 아니다. 한 경비원은 “휴게시간에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일들은 할 수밖에 없다. 휴게시간이라고 경비실에 오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경비실을 방문한 택배기사를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경비원들과 ‘이면합의’를 한 아파트도 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아파트는 지난 1월23일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경비원 월급을 171만원에서 189만원으로 올렸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경비원들은 월 200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휴게시간을 1시간 늘리는 수법으로 인상을 최소화했다.

 

이에 해당 아파트 경비원은 “꼼수 부리지 말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투쟁하고 싶어도 주민들을 상대로 해야 되다 보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더불어 사립대학에 근무하는 청소·경비원들이 정년퇴직한 자리를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채워 논란을 빚었다. 지난 1월30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는 연세대·홍익대 청소노동자 400여명이 참석해 “대학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3시간짜리 저질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으려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휴게시간을 늘리는 사례가 여러건 접수되고 있다. 경비원이 실제로 쉴 수 있도록 근로감독을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원금을 받은 뒤 식대 등을 추가로 지급해 월급이 사실상 19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부정수급”이라며 “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이런 부정수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직장갑질 119’에서는 기업들의 각종 최저임금 갑질 제보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직장갑질 119> 

 

업체들의 강요

 

더 큰 문제는 이런 꼼수가 근로자들의 동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이뤄진다는 것이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명을 강요하고 있어 근로자들의 대응은 쉽지 않다.

 

실제로 근로계약서 갱신이 회사 측의 강요에 의한 것인지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상여급을 기본급화 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동의한 근로계약서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도 “강요를 받고 근로조건 변경에 동의하면 법 위반이 되지만 어떤 경우를 ‘강요’로 볼 지는 사안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규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이전의 근로계약조건을 낮추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할 경우 노조나 근로자 절반 이상의 단체동의를 거쳐야 하지만 부서장의 압박 하에 개별적 동의를 요구하거나, 새롭게 근로계약서를 꾸민 등 동의를 우회하는 꼼수가 현장에서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 119는 제보를 받은 사례들을 종합해 지난 1월12일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 등을 요구한 상태다. 직장갑질 119 스탭은 “고용노동부가 엄정한 실태조사를 통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상태”라며 “사회적 책임 있는 기업들의 행태를 노동부가 바로 잡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대응 때문에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전혀 맥을 못 추고 있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상여금 기본급화 등은 이전까지는 기업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쓰이고 있던 것”이라며 “올해는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서 아파트 경비원 뿐만이아니라 대기업 협력업체 등 이름만 대면 널리 알 만한 회사도 이런 편법을 노골적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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