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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을vs을 대결’ 된 내막

부작용만 부각시킨 ‘언론·재계’…“상생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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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기사입력 2018/01/12 [15:20]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대폭 인상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재계와 언론들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상황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며, 최대한 인력을 줄여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혜를 보는 아르바이트 생 및 최저시급 근로자들에게는 매우 큰 혜택이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만 부각시키려한다는 지적도 많다.

 


 

자영업자 손댈 건 인건비 뿐…‘을’끼리 전쟁시키는 사회

가계소득 늘면 이익 보는 대기업들…상생 대책 ‘소극적’

최저임금 오르면 물가상승?…과거사례보면 오히려 둔화

긍정적 효과 주목하며 좀 더 지켜보고 차분히 대응해야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재계와 일부 언론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구글 이미지 검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올해 들어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놓고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등 고질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최저임금만을 고용 축소 등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가 임대료 등 불로소득에는 관대하면서 노동소득에는 인색한 풍조가 소상공인 대 최저시급 노동자 간의 ‘을과 을의 전쟁’으로 변질돼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질적 문제 외면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는 모두 569만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674만명)의 21.3%에 달한다. 이 중 직원이 한 명도 없는 ‘나홀로 사장’이 413만7000명으로 10명 중 7명꼴이다.

 

이에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3분의 2 이상이 피고용인이 없는 데다 자영업 비용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적으로 15~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나 일자리 감소는 상당 부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상가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관련 비용이 자영업자들이 고질적으로 직면한 문제인데 최저임금만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순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으로 은퇴나 실업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뛰어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시장 과포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 2년 이내에 자영업에 뛰어든 10명 중 3명은 종잣돈이 500만원도 안될 정도로 영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업 이후 3년 뒤 평균 자영업 생존율은 37%에 그친다. 특히 이런 영세 자영업은 요식업 등 경쟁이 심한 업종에 쏠려 있고 자본이나 기술력 없이 저임금 노동에만 의존해 매출이 줄면 인건비부터 손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자영업은 많이 창업하고 많이 폐업하는 ‘다산다사형’ 구조여서 일자리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업종 쏠림과 과당 경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최저임금 지급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에는 고용정책 등 별도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퇴출이 자영업 과당 경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서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학 전문가는 “저임금에 의존하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과당 경쟁을 벌이는 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구조조정 충격을 완충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라 이를 상쇄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재계와 일부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유튜브 광고영상 캡처> 

 

상생 소극적인 재계

 

무엇보다 경제계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축과 매출 타격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상생 경영’을 내세우는 대기업들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뒷짐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소득 증진→소비 촉진→기업이익 상승으로 대기업 역시 이득을 보지만 부담을 나누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관련 업계 움직임을 살펴본 결과 기업 대다수는 관련 대책 또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거나, 내놓은 상생안도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분야 표준계약서’를 발표한 지난 1월8일 관련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을’인 납품업체가 임금 인상 등으로 공급원가가 올라가는 경우 대형 유통업체 등 ‘갑’에게 제품 가격 등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한 표준계약서를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등 5개 분야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통기업들은 기존에도 협력사가 원가 인상 등의 요인이 있을 경우 납품가에 반영해왔다는 입장이어서 적극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저임금 상승 영향이 큰 업종으로 꼽히는 편의점업계는 발빠르게 대책을 내놓은 편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말 점포별 최저수입보장 규모를 연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인상하고 심야영업 전기요금 100% 지원안 등을 포함한 상생안을 내놓았고,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역시 점포별 월 최소보장금액 최대 120만원 인상안을 담은 ‘가맹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 협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핵심은 빠져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인건비 직접 지원’ 및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배분율 조정안이 빠져 있어 체감도가 낮기 때문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가맹본부 측이 내놓은 상생 지원금액이 당장 점주들이 혜택을 보기 힘든 점포운영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다 신규 점포 지원에 집중돼 있어 기존 점포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러한 지원책이 신규 출점 경쟁을 심화시킬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상생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대기업들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이고 있는 전자·통신업계는 최저임금과 관련한 협력업체 지원책이 사실상 전무하다. 하청업체가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기존 상생 방안을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만 되뇌고 있다. 대기업들은 “최저임금 자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1~2차 협력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관련 이슈가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의 대결 측면으로만 부각될 뿐, 직접적 이득을 보고 있는 재벌 대기업과 가맹본부는 논의에서 제외돼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움직임도 더디기만 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오를 수 있는 노무비에 대한 대책 마련 속도는 느리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둔 지난해 말에야 공공입찰 사업의 노무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노무비를 산정하고,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건설 공기업들은 적정 임금을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적정 임금의 개념을 두고는 관계부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 최저임금이 낮다는 목소리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바 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일자리와 최저임금

 

고질적 문제를 외면하는 재계와 언론들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저임금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제기된다.

 

한국노동연구원 강승복 연구위원이 지난 2015년 내놓은 논문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학자들은 최저임금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한 수준으로 본다.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물가는 최대치로 약 0.4%까지 오른다는 연구가 있고, 아예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 연구위원이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자료를 토대로 국내 상황을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물가는 약 0.2~0.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는 사업주가 고용조정이나 이윤조정을 하지 않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오롯이 물가에만 반영됐을 경우다. 실제로 기업은 임금이 오르면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한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최저임금이 10% 이상 올랐던 해에도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오히려 좁아졌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최저임금이 적용된 2001년 이후, 최저임금이 10% 이상 오른 것은 2002년(16.8%)과 2006년(13.1%) 두 해다. 2002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로 전년(4.1%)보다 1.3%포인트 떨어졌고, 2006년에도 2.2%로 전년(2.8%)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과 최저임금의 상관관계도 불명확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2002년 고용률은 60%로 전년에 비해 1%포인트 올랐다. 2006년에는 고용률이 59.7%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고용률은 최저임금 인상과 상관없이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해왔다.

    

혼란 부추기지 말자

 

이처럼 올해부터 시행된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을 둘러 싸고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지만, ‘침소봉대’라는 지적과 함께 긍정적 효과를 주목하면서 좀 더 지켜보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 확대, 빈부 격차 해소, 저소득층 삶의 질 향상 등 우리 사회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정책이라며 기꺼이 수용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 아파트 단지는 최근 최저임금이 올라 부담스러우니 경비원 6명 중 1명을 해고하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제안을 투표 끝에 부결시켰다. 전체 주민들의 45%가량이 반대표를 던졌고, 찬성은 34%에 불과했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누가 나서서 대자보를 붙이거나 설득하지도 않았지만 투표 결과 감원을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이 나와 놀랐다”며 “경비 아저씨들도 같은 서민인데 굳이 해고할 필요가 없다. 경비원 고용을 유지하려면 1가구당 월 3000∼4000원만 더 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B사도 올해부터 전국 10여개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을 최저임금 인상액 만큼 조건없이 올려줬다, B사의 대표는 “시간당 1000원 인상된 것 가지고 사람을 자르거나 문을 닫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업할 자세가 안 돼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이라며 “더 이상 임금 뜯어 먹고 사는 사업을 하지 않고 앞으로는 다른 분야에서 더 경쟁력을 갖춰 승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C회사도 최근 임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의 월급을 다른 조건 변경없이 최저임금 인상액에 맞춰 올려주겠다고 통보했다. C사 대표는 "임시직이라도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져 일을 꼼꼼히 하면 긍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대해 “일부 현상을 침소봉대해 과장 해석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최근 ‘최저임금탓’이라고 보도된 압구정 소재의 아파트 경비원 집단해고는 실제론 자치관리→위탁관리 전환과정에서 발생한 노사 갈등 탓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지원 정책인 일자리 안정 자금 지원도 2월 중순쯤 본격 신청ㆍ지급될 예정이어서 아직 효과 여부를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여론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소득 보전을 위한 임금정책으로 고용에 문제가 생기면 고용 정책으로 별도로 대응하면 된다. 돈과 비용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감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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