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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일확천금’ 보장할 수 있을까?

정부제재 들어간 비트코인…‘투자’인가 ‘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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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기사입력 2018/01/12 [15:07]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해를 지난 올해에도 열풍을 넘는 광풍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 투자로 몫 돈을 벌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30대 젊은층에서는 ‘가상화폐 우울증’ 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각종 ‘제재 대책’에 골몰하고 있으나, 이미 전방위적으로 퍼져버린 가상화폐 유행을 식히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일 년도 안 되서 가치 수직 상승해버린 각종 가상화폐

심상찮은 젊은 층의 투자열풍…20·30대가 70% 차지해

도박성·시세조종·자금세탁 등 부작용 속출…위험성 커

코인거래 대한 본격적 제재 시작…세무조사 나선 당국

 

▲ 지난해를 강타했던 가상화폐 열풍이 올해도 여전히 거세다. <사진=PIXABAY>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젊은 층의 가상통화 투자 열풍이 심상찮다. 지난 1월10일 기준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에 따르면 이용자의 60∼70%가 2030세대다. 물론 일확천금을 노린 청년도 있다. 하지만 ‘종잣돈’으로 결혼 준비나 내 집 마련 등 ‘목돈’을 마련하려는 사회 초년생도 상당수다.

    

일확천금의 꿈

 

직장인 A씨는 요즘 스마트폰을 바꾸려고 단말기 가격을 알아보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한 뒤 인터넷이 느려 답답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모바일용 앱을 이용해 거래소를 수시로 체크하는데, 휴대전화가 먹통이어서 바꾸려고 한다”라며 “요즘엔 온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것 같다”라고 푸념했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밤을 잊은 거래자들이 부지기수다. 한 가상화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코인질 최고로 잘한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옆집에 불이 났는데 (내가) 신고해서 금방 잡았습니다. 새벽잠이 없어져서 목숨도 구하는군요”라며 “큰 수익은 못 냈지만 목숨이 수익입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거래자는 “1주 전 암호화폐 입문한 ‘코린이’(코인시장+어린이)”라며 “단지 운이 좋아 돈은 조금 불릴 수 있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온종일 차트와 커뮤니티만 보게 되는 자신의 모습에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다”라고 자평했다.

 

우리 사회가 ‘인생 역전’을 희망하는 투기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민의 대박 꿈을 실현해주는 로또복권이 다시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여기에 가상화폐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로또복권이 하루 평균 104억원 어치 팔려 판매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로또는 첫 출시 당시 2002∼2003년 한동안 ‘광풍’이 불었으나 게임당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리면서 인기가 시들어졌다.

 

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로또의 연간 판매량은 2014년 3조원대를 회복한 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최고 매출 기록을 수립했다.

 

가상화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로또’로 등극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탓에 여기저기 떼돈 벌었다는 소문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했다.

 

최근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상화폐 투자로 540억원을 벌었다는 인증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부러움을 샀다.

 

투기 열풍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늘어나고 투자할 수 있는 가상화폐도 확대됨에 따라 한층 과열되는 모습이다.

 

특히 몸값이 낮아 시세변동이 큰 이른바 ‘잡코인’도 거래할 수 있게 돼 온종일 가상화폐 시세만 들여다보는 ‘비트코인 좀비’들이 양산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1.3%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상화폐 투자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자주 확인한다’(39.7%·복수응답)거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27.5%), ‘수익률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하다’(22.4%) 등의 증상이 생겼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불거지자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달 초 가상화폐 ‘투기’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 영업점에 보냈다. 재테크의 하나로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는 있으나 투기로 나아가면 손실을 볼 수 있고, 그로 인해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업무 중 가상화폐 투자를 못 하도록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가상화폐 투기로 손실을 볼 경우 금융사고를 일으킬 개연성이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무분별한 투기를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는 비단 직장인뿐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비트코인 앱 이용자의 연령층은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으나 20대(24.0%)와 50대(15.8%)도 많았고 10대도 6.5%나 됐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많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은 24시간 앱 시세를 확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투자를 금지했으나 ‘우회로’를 찾아 투자하는 10대들은 여전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최근 교내에서 학생들이 학교가 지급한 노트북과 개인 노트북을 사용해 가상화폐 거래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가상화폐 거래 규제를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

 

사회학 전문가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고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취약하므로 일확천금을 얻어 현실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며 “과거 로또나 주식, 부동산 투기가 그랬고 이제는 가상화폐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은 취업이 안되는 경우,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을 때 가상화폐가 유혹처럼 등장하게 된다”며 “단기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고 투기소득에 대한 과세로 이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가상화폐 이용객 70%가 20·30대 젊은 층 이다. <사진=KBS 뉴스 캡처>

 

제재 움직임 시작

 

이처럼 가상화폐에 대한 각종 문제점이 대두되자, 국세청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첫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제재’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세무조사 확대나 과세작업 본격화 등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세청은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등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직접 조사까지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전방위 압박을 시사한 지 3일 만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직접 규제가 닻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세청은 지난 1월10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였다. 국세청 조사관들은 가상화폐 거래 관련 컴퓨터 정보 및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빗썸 관계자는 “국세청 관계자가 다녀갔지만 압수수색은 아니고 세무조사 차원”이라면서 “자세한 사항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에도 조사관을 보내 회사 정보와 거래 상황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국세청은 우선 수수료로 하루에 20억원 넘게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빗썸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 보고, 자산 성격이 강해진 가상화폐 거래 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자본시장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국내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코인원이 도박과 유사한 ‘마진거래’ 서비스를 회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마진 거래란, 회원들이 시세를 예측해 공매수나 공매도를 선택하면 결과에 따라 돈을 얻거나 잃는 거래 방식이다. 경찰은 코인원의 마진거래가 일정 기간 이후의 시세를 예측하는 행위로, 우연한 승패에 따른 재물의 득실로 보고 도박이라 판단했다. 코인원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12월18일 마진거래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6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특별검사를 실시한데 이어 경찰 조사,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시작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겨냥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됐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월8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체계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가상화폐에서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면서 “모든 관계 기관이 협력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세조종, 자금세탁 등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법안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도 마냥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해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차원을 넘어서 정부 전방위적으로 가상화폐 거래 시장의 불법적 요소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장은 “모든 관계 기관이 협력해 가상화폐 거래에서 보여지는 불법적인 것들을 엄정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관한 각 사건들을 매개로 검경이 조사하고 이에 금융당국도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킹을 이유로 파산을 선언했던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은 실제로 파산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유빗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야피안’이라는 회사의 이름으로 파산 절차 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주식회사 야피안이다.

 

야피안은 지난해 12월19일 자사 홈페이지에 긴급공지를 띄우고 “외부 해킹에 의한 피해로 전체 투자금의 17% 가상화폐를 도난 당해 파산신청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유빗 측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금액이 172억원 상당이라고 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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