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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인공기 달력 공세 지켜보며

지나친 북풍몰이..“남북 문제는 5000만 국민 모두가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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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 주필
기사입력 2018/01/05 [14:17]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자유한국당은 꾸준히 북한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에 온갖 딴지를 걸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은 물론이거니와 대화 및 교류문제, 심지어 문재인 정부 내 ‘종북주의자’ 공세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게다가 상당수의 국민이 봤을 때도 ‘트집’에 불과한 공세를 펼치기도 하며, 심지어는 사안을 왜곡해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후원한 어린이 그림대회에서 ‘인공기가 그려진 달력’이 나왔다는 공격을 하기도 했다. 자극적인 단어로 점철됐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 과연 이는 합당한 문제제기일까? <편집자 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신년사서 지적한 ‘인공기 은행 달력’

우리은행이 정부후원 주최 미술대회 입상작…통일 염원 담아

과거 활발했던 남북교류 갑작스레 닫아버린 이명박근혜 정권

남북대결국면 강화돼야 생존하는 극우세력…북풍몰이 멈춰야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제 포스터로 지목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그림대회 작품. <사진출처=우리은행>  

 

[글=이계홍 주필] 나는 기절초풍한 줄 알았다. 지난 1월3일 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들과 주옥순 대표가 이끄는 엄마부대가 서울 소공동 우리은행 본사로 몰려가 우리은행이 제작한 2018년도 캘린더에 초등학생 그림 중 인공기가 들어간 것을 가지고 항의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같은 시위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월1일 신년 인사회에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고 강조한 데 이어서 나온 것.

 

황당한 이념공세

 

그런데 2011년과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통일부가 후원한 그림대회에서 인공기가 들어간 그림이 줄줄이 통일부 장관상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의 통일 주무기관인 통일부에서 주최한 미술대회에서까지 인공기가 들어간 사실을 외면한 채, 은행의 캘린더 그림에 인공기가 들어갔다고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니 솔직히 암담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야만과 독선과 폭력성이 멈추지 않았구나...

 

필자는 1990년 일선 기자 시절, 구소련이 붕괴되기 전 소련 방문 취재에 나선 적이 있다. 필자가 소속한 언론사가 ‘아리랑’이라는 창극으로 재소련 고려인 위문공연에 나서면서 수행기자로 동행했었다. 이때 모스크바, 사마르칸트, 크질오르다, 침켄트, 푸른제, 잠불, 알마티 등 고려인이 사는 곳을 찾아 그들의 면면을 취재해 기획시리즈로 신문에 연재했다.

 

벌써 잊혀진 과거가 된 것같고, 젊은 세대는 잘 모르는 것 같아서 28년 전 소련의 해체 과정을 잠깐 살펴보기로 한다. 소련은 1985년 첫 다당제를 채택해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치렀는데, 개방(글라스노스트)과 개혁(페레스토이카)을 내세운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당선되었다. 그는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연방으로서는 사회경제적 틀을 더 이상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대내적으로 페레스트로이카, 대외적으로는 글라스노스트라는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당시 취재중에 본 모스크바 시민들은 정말 한심했다. 시민들은 아침부터 급식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배식을 받고, 아침식사가 끝나면 다시 점심식사하러 급식소로 달려가 긴 줄을 서고, 저녁도 이런 식으로 줄을 서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하루 종일 밥 먹으려고 줄을 서다 하루 일과를 마친 일상이었다. 가게의 상품진열대는 상품이 없어서 비어있었으며, 남자들이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는 모습도 흔했다. 그래서 선물용으로 가져간 미제 담배 카멜, 켄트가 인기가 있었는데, 그중 독하다는 팔보로를 선호해 이것을 한두 보루 가지고 가면 칙사 대접을 받았다. 그 엄청난 자원국가가 이 모양이었다. 분명 사회주의 시스템의 오류가 불러온 거대국의 몰락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엘친(15개 공화국 대통령의 1인/고르비는 연방대통령)이 이를 시민과 함께 제압하고, 무력해진 고르바초프는 1991년 12월26일 소연방 해체선언 연설과 함께 붉은광장 게양대의 소련 국기가 내려간 가운데 물러나고, 대신 러시아 삼색기가 올라가면서 공식적으로 소련이 해체되었다. 이후 소연방을 받쳐주었던 15개 공화국(CIS)이 독립하면서 냉전이 종료된다.

 

1990년 5월이니까 나는 고르바초프 대통령 재임시절 소련취재에 나선 셈이다. 소련이 민주화의 과정에 있었다고 해도 소련사회의 공적 조직은 여전히 소련사회를 통제하고 있었고, 시민들 역시 거기에 순치되어 있었다. 개방·개혁을 단행하고 공산당 일당제를 폐지하고 있다고 해도 70년체제의 관성에 젖어있는 국민들은 억눌린 상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었다. 소연방의 다양한 공화국 내에서 그동안 억압된 민족운동과 유혈충돌이 수면 위로 떠올랐으니 비밀경찰의 활동도 여전히 활발했다.

 

나는 모스크바대학에 재학중인 재러시아동포 3-4세들을 만났다. 이들 젊은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과 남북에 대한 관점, 뿌리에 대한 역사의식이 어떤가를 살피기 위해 이들을 취재했다. 이때 나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소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한 대학생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출발해 크라스로얄스크-블라디보스토크-평양-서울-부산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포항 인근이 자기 선조의 고향이며,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그리워했듯이 그 역시 그리워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조상의 땅을 찾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 꿈이 실현될 것인가.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북한땅을 지운 지 오래였고, 가서는 안되는 곳, 배척과 부정과 말살의 대상지역일 뿐이었다. 길거리 게시판이나 현수막에 붉은 글씨로 간첩신고 안내와 함께 ‘북한군은 쏘아죽이고 찔러죽이고 찢어죽이자’는 증오의 언어가 아무렇지 않게 나부끼고 있던 때였다. 그래서 그런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불온이며, 그래서 감옥을 가고 고문을 당하고, 십수 년의 징역형을 살기까지 했다. 바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 시절의 이야기다.

    

▲ 인공기가 그려졌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대선후보시절의 지지포스터. <사진=구글 이미지 검색> 

 

활발했던 남북교류

 

공산권의 암흑세계를 사는 것으로 알았던 모스크바 동포대학생들은, 그러나 스탈린 브레즈네프를 비판한 가운데 거리낌없이 평양을 거쳐 서울, 부산을 가겠다고 했다. 그들 중 일부는 두 해 전인가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축제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들의 내면에는 벌써 남북대치와 증오의 언어는 없었다. 남북을 하나의 조국으로 동일시하는 시각과 관점만 있었다. 시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분단도 그들에게는 관념적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객관적이고 순수했을 것이다. 꾸는 꿈이 깨끗한 꿈일 수 있다. 우리은행 캘린더에 그린 초등학생의 그림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몇 해 후 이루어질 뻔했다. 김대중 노무현 10년은 그들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한강 하류 ‘노들섬 개발 프로젝트’가 발표됐을 때도 남북을 넘나들며 장사할 것이라는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인모 노인이 북으로 넘어가고 ‘어떤 이념도 피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보수정권의 대통령 선언이 있을 때도 그 꿈은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한강 하류의 모래톱을 남북경협의 허브로 만든다는 ‘나들섬 프로젝트’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만든 구상이 아니다. 2007년 이명박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 발표한 계획이다.

 

이 구상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한강 하류 인공섬인 나들섬에 인구 20만명이 거주하는 남북경협 신도시를 건설하고, 900만평의 토지 중 540만평을 분양대금으로 8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며, 3만톤급 선박 6척이 동시 접안하는 신항만을 건설해 인천공항-파주-개성 삼각벨트를 형성해 동북아 경제허브로 만든다는 야심찬 구상이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하류를 깨끗하게 정비하면서 국제선이 드나들고, 남북협력의 이상향을 만든다는 계획, 이런 꿈을 꾼다는 것이 너무나 신선해서 온 국민이 표로써 응답했다고 본다. 그래서 상상력은 소중한 것이다.

 

나들섬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섬이다. 이명박 후보가 한강과 임진강 하류 모래밭에 바닷물이 들고 난다고 해서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상상의 섬이다. 그는 그게 가상의 신기루가 아니라 실제의 섬이 되고, 남북 번영의 섬이 된다는 구상으로 국민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구상은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금강산에서 우리 여행객이 북한군에 의해 총맞아 숨진 것을 계기로 이명박은 어느날 남북의 문을 닫아버렸다. 우리 여행객이 북한의 군사통제구역을 잘못 들어가자 북한군이 총을 쏘아죽였는데, 이것이 대결의 긴장상태로 돌아선 계기가 된 것이다.

    

▲ 이계홍 주필.

 

보수의 내로남불

 

북의 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그들의 군사통제구역에 들어갔다고 해도 물정 모르는 부녀자 관광객의 실수로 보고 붙잡아 경위를 따진 뒤 우리측에 넘겨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들은 너무도 폭력적인 무모한 짓을 저질렀다. 이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위기관리 능력이 우리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저지른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와의 차이라면 차이다.

 

휴전상태에서 이런 불상사는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휴전은 전쟁이 상시적이고 상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며, 그러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그것을 시비하는 사람은 없다. 양측의 최정예 군인들이 100만 이상 휴전선에 배치돼 대치하고 있는데 왜 긴장을 늦춰야 하는가. 그래서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정예군대, 최신무기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 때 군비증강이 더 강화되었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 남북의 문을 닫을만큼 위중했나. 그보다 더 큰 연평해전때도 대화는 이어갔다. 결국 대화와 협력보다 냉전과 반북으로 체제를 이끌어온 보수정권의 강경파들이 이를 계기로 강경모드로 돌아서도록 견인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들은 이명박의 실용주의 노선은 남북 대치국면에서는 허구이며, 김대중 노무현 노선을 따르면 보수정권의 정체성에 어긋난다고 충언(?)했을 것이다. 강경파 정치세력들과 이른바 국정원 국방부 검찰 경찰 수뇌부가 총출동해 여러 극한상황을 극대화시켜 대화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을 것이다. 정보는 가공하기 나름이니, 냉전 디테일에 강한 그들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해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로서 설득당해 강경 모드로 돌아갔을 것이다. 남북대결 국면이 강화돼야 그들이 저지른 고문 조작 불법 탈법 반칙 등 온갖 적폐들이 감춰질 것이라고 본 세력에게 그도 얹혀가고 만 것이다. 그래서 꿈이 박살나버린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얘기를 해보자. 김영삼은 집권 초기 “어떤 동맹도 피보다 우선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놀라게 한 뒤, 장기수 이인모 노인을 북송하고, 김일성과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갑자기 김일성이 죽자 기회를 노리던 강경파들이 조문사절 파견문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긴장과 대결국면으로 이끌었을 개연성이 높다.

 

극우정당의 한계이긴 하나 당시 한나라당-안기부-검찰-국정원-경찰청의 강경파들로 짜여진 냉전론자들의 대결 프레임을 대통령이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대결론자들은 북의 집단이 핵개발중이며, 휴전선에서 호시탐탐 침략 기회를 노리고 있고, 간첩들이 무더기로 들어오고 있으며, 그래서 국토방위와 국내질서를 잡기 위해서도 강경노선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상시적인 휴전선의 긴장인데도 몇가지 사례를 들어 제시했을 것이다. 바탕이 없는 지도자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지금 얻은 것이 무엇인가. 북한 주장대로라면 핵보유국가로 가버린 것이 아닌가. 초등학생이 꾸는 꿈도 따라가지 못한 결과물이 이렇게 황폐하게 돼버린 것이다.

    

대화의 중요성

 

대화와 협력을 말하면 종북이고 빨갱이라고 매도하는 세력이 있다. 겁박하듯 냉전, 반북, 대결, 증오를 국민 가슴에 심어주면서 권력을 유지하고 이익을 챙겨왔으니, 이 틀을 깨고자 하면 두려울 것이다. 자신들이 설정한 통치기제들이 벗겨지는 순간, 책임을 져야 할 측면도 있다. 독재와 부패에 저항하면 종북 빨갱이라고 위협하면서 권력을 강화해왔으니 그런 허구가 벗겨지는 순간, 그들이 설 자리는 없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북한 핵 위기가 아니어도 북한의 위협은 언제나 상존한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때 외세가 장난치지 않도록 지도자나 국민이 바짝 정신차려야 한다. 여전히 외세에 힘입어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이 있지만, 우리가 해결의 주체라는 것을 망각해선 안된다. 그들은 조력자에 지나지 않는다.

 

남북문제라면 가능한 한 복잡한 방정식 풀 듯 하는데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은행 캘린더 그림에서 어린이가 말하고자 한 순수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어린이가 남북이 더불어가는 꿈을 꾸고 있으니 사실은 5000만이 통일전문가다.

 

그림 하나도 제대로 감상할 줄 모르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고, 절망적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어느 시인의 말대로 혼자 꿈을 꾸면 꿈이 되고 말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믿음을 믿자.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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