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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풀이] 법인세 인상, 필요했던 이유

낙수효과 사라진 한국경제…‘국가가 분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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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구 교수
기사입력 2017/12/22 [09:47]

지난 12월5일 여의도 국회에서 대기업들의 세율을 높이는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법’이 통과되면서 경제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간 여당과 진보진영에서는 법인세의 미약한 투자 및 고용효과, 대기업에 쌓인 막대한 사내유보금과 낮은 조세부담 등을 근거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해왔다. 반면 재벌대기업과 보수야권에서는 경기침체, 자본의 해외이탈, 법인세의 전가 등을 이유로 법인세 인상에 반대해왔다.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최근 법인세율을 대폭 낮추면서, 양국 간 ‘세율 역전현상’이 발생해 이번 ‘인상법안’에 대한 야권 및 재계의 반발은 커져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 경우 전반적인 실효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이번 인상 대상들도 삼성을 위시한 초거대기업들로 국한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사건에 내막>에서는 강병구 교수의 글을 통해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주장의 논거를 검토한 후 법인세 인상의 당위성을 제시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애초부터 낮은 개별 기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세금 부담

궁색한 반대 논거…경기침체 심각할수록 법인세 올려야

‘증세 없는 복지’ 내세웠던 보수세력…‘서민증세’ 심해져

성장과 분배 선순환 구축위해 불평등 분배구조 개선해야

 

▲ 법인세율에 관한 논쟁은 수십년간 꾸준히 논란이 되온 사안이었다. <사진=PIXABAY>     © 사건의내막

 

[글=강병구 교수] 법인세는 법인의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이다. 혹자는 법인이 이윤을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도관(導管)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인에 과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체로서의 법인은 개인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공공서비스로부터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인세 들여다보기

 

법인세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반대의 주된 근거로 제시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OECD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13년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을 보면 OECD 평균은 2.9%이고, 우리나라는 3.4%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이것을 근거로 개별 기업의 세 부담이 높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법인세의 결정 과정을 보면 기업의 과세대상소득에 법인세율을 적용하여 산출세액을 계산하고, 여기서 다양한 공제 및 감면액을 빼준 후에 최종적으로 납부할 세금이 결정된다. 따라서 기업이 지불하는 임금비용이 작아지고 법인세를 부담하는 기업 수가 많아질수록 과세대상소득이 커진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소득으로 분배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기업의 과세대상소득이 크다. 더욱이 법인세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분에 대해 22%를 부과하지만, 소득세는 과세표준이 1.5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38%를 부과한다.

 

당연히 개인사업자보다 법인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이 세제 측면에서 유리하다.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과 과세포착률이 높은 제조업의 큰 비중도 법인세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GDP 대비 법인세수의 비중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개별기업이 부담하는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은 작다. 전체 기업들이 국세청에 납부한 법인세를 과세표준으로 나누어 준 비율(외국납부세액 공제 후 평균실효세율)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최상위 대기업들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그보다 하위그룹에 위치한 규모의 기업들에 비해 낮아 세 부담의 공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2014년에 상위 10대 기업의 외국납부세액 공제 후 평균실효세율은 12.9퍼센트로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대기업의 세 부담이 낮은 이유는 대기업일수록 세제감면 혜택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의 경우 외국에 납부한 세금이 커서 내국세에 대한 기여도가 크게 떨어진다. 2013년에 상위 10대 기업들은 산출세액에서 44.2퍼센트를 공제 감면 받았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법인세 공제감면율 24.4퍼센트를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하여 비교할 경우 기업들의 조세비용(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법인세율에 비해 낮지 않음을 강조하지만, 이는 세수구조의 숲은 보지 못하고, 법인세라는 나무만 보는 격이다.

 

현재 스웨덴 22퍼센트, 핀란드 20퍼센트, 덴마크 22퍼센트의 법인세율은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기업들의 사회보장기여금이 매우 높다. 기업의 조세비용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4년에 한국은 6.2퍼센트이고, 스웨덴 9.8퍼센트, 핀란드 10.6퍼센트이다.

 

덴마크의 경우는 사회복지비용을 전액 소득세로 충당하기 때문에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 이들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이 낮은 이유는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크게 발생하고, 기업들이 납부하는 사회보험료율 자체도 낮기 때문이다.

    

▲ <그림 1> 기업 규모별 법인세 평균실효세율과 공제감면율 (단위: %) 출처=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각 년도. 「상위 10대 기업의 실효세율」  

 

궁색한 반대 논거

 

법인세 인상을 둘러싸고 다양한 찬반의 논거들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투자가 위축되고 외국자본이 이탈하여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투자의 결정에는 법인세보다 이자율, 현금흐름, 매출액 증가율,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이 보다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총생산비용 중에서 1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법인세가 투자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기업의 조세비용이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법인세를 이유로 외국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세제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투자 및 고용과 관련해서 보다 심각한 문제는 신규투자가 자본집약적이고 노동절약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의 고용효과도 점차 낮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최근의 기술발전은 자본절약적인 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기술개발이 가속화될 경우 쟁점은 오히려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간 격차의 확대일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자 가격의 상승, 임금하락, 배당소득의 감소 등은 법인세 인상 반대의 주된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첫째,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소비자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취약하다. 만약 어떤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생산자라면 이미 그 기업은 독점이윤을 극대화 하는 수준에서 시장가격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인상은 쉽지 않다.

 

경쟁적인 시장의 경우에도 법인세가 인상되었다고 가격을 함부로 올리기 어렵다.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매우 탄력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과점시장에서는 기업 간에 담합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 있지만, 이는 명백히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둘째, 법인세 인상으로 임금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다. 노동력의 가격인 임금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임금은 노동조합과 고용주와의 단체교섭의 주요 대상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저임금근로자의 비중이 가장 높고 최저임금도 낮은 국가이다. 아마도 임금이 낮아진다면 임금 변화에 대해 비탄력적으로 반응하는 고임금 근로자가 그 대상이 될 것이다.

 

셋째, 배당소득의 대부분을 소수계층이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배당소득의 감소를 법인세 인상의 반대 논거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 배당소득의 72.1%를 상위 1%가 차지했다. 더욱이 배당소득과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취약한 상태에서 법인세 인상은 오히려 자본소득에 대한 효과적인 증세방안일 수 있다.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마지막 논거는 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가 침체 상태에 있을 때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법인세는 흑자를 낸 기업만 부담하고, 적자가 발생하면 향후 10년 동안 과세대상소득으로부터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더욱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지고 불공정거래가 구조화된 현실을 고려할 때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은 작동불능의 낙수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일 수 있다.

 

대기업에 쌓여서 돌지 않는 돈의 맥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심각할수록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 <그림 2>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세수 규모 (단위: 조원) 출처=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각 년도. 「2016 국세통계 조기 공개」  

 

인상 필요한 이유

 

지난 박근혜 정부는 소위 ‘증세 없는 복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소득세와 소비세 위주의 증세를 추진했다. 하지만 자본소득과 대기업 증세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국가재정을 확충하는데 실패했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했다.

 

국가채무의 구성에 있어서도 대응 자산이 없는 적자성 채무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여 나라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소득세수는 2012년에 46조원에서 2015년 62조원으로 34.8퍼센트 증가했지만, 법인세는 46조원에서 45조원으로 오히려 1조원 감소했다. 국가채무는 같은 기간에 443.1조원에서 590.5조원으로 33.3퍼센트 증가했고,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적자성 채무의 비중은 49.5퍼센트에서 55.9퍼센트로 증가했다.

 

작년에 기획재정부는 현재의 조세부담률과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2060년에 국가채무비율이 62.4퍼센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투자지출이 취약한 상태에서 국가채무가 증가할 경우, 미래세대의 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세대 간 형평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수출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소득이 증가하면서 사내유보금이 크게 쌓이고 있지만, 생산적인 분야로의 투자는 부진하고,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2009년 271조원에서 2015년 546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지만, 투자와 고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에 10대 그룹의 자산구성을 보면, 당좌자산과 투자자산의 증가율이 설비투자 등 유형자산의 증가율보다 크다. 금융 및 자산운용에 기울어진 기업의 이윤추구행위는 기업의 고용창출을 약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정부는 2015년에 3년간 한시적으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도입하여 사내유보금을 가계소득으로 유인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고액자산가와 외국인투자자의 소득만을 증가시켰을 뿐 정작 서민중산층의 가계소득에는 기여를 하지 못했다.

 

1960년대 개발시대 이후 대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특혜를 받아 성장했다. 소위 ‘선성장 후분배’의 논리를 배경으로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고 소득불평등이 확대되면서 내수기반은 침체되고, 경제의 대외의존도와 국민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1:99의 문제가 다른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1990년대 들어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상위계층으로의 소득집중이 급격히 진행되었다. 더욱이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미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고 개량하는 성장전략의 한계는 낮은 출산율, 취약한 인적자본 및 사회자본과 함께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재정지원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혹자는 우리가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세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년층의 소득불평등이 크고 대기업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취약한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 세제의 공평성과 조세체계의 효율성 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 시점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낮은 출산율과 가파른 고령화는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의 고착화는 기회의 평등을 제약하고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불평등과 저성장의 악순환을 끊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의 조세부담률과 복지 현실을 고려할 때 대기업에 집중된 과도한 세제 혜택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작동하지 않는 낙수효과를 대체할 차선의 정책이다.

 

먼저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세수 확충의 효과성을 고려할 때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여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과세표준 500억 원 이상 대기업의 법인세를 현행 22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인상할 경우 연간 3조원의 추가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대기업에 집중된 법인세 공제감면을 대폭 정리해야 한다. 2014년 법인세 공제감면액 8조 7000억 원 가운데 75퍼센트를 대기업이 차지했고, 대기업에게 제공되는 공제감면액의 48퍼센트는 최저한세의 적용도 받지 않았다. 최저한세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세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조세체계는 효율적이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평해야 한다. 공평성의 기준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증세가 불가피할 경우 국민의 과반수는 법인세 인상을 찬성하고 있다. 침체된 경제의 회복과 복지국가를 위한 결정을 기대한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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