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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복귀,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저급관광·인두세…“싸구려 관광지 자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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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2017-12-08


올해 초 극심했던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한 동안 금지됐던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다시금 우리나라를 찾기 시작했다. 이로인해 관광업계는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유커 특수’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전부터 지적됐던 쇼핑 위주의 관광 행태가 전혀 바뀌지 않아, 각종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는 물론, 초저가 여행상품, 뻔한 관광 코스 등 ‘저급 관광’이 판치며 오히려 관광의 질을 폭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해제되고 있는 금한령…컴백한 中 단체 관광객

유커의 쇼핑에만 의존해온 한국관광 고질적 구조 여전

‘초저가 상품 판매’ 만연…중국업체에 유치 인센티브도

싸구려 관광지 변질 우려…관광지·관광객 다변화 필요

 

▲ 중국의 한한령이 풀릴기미가 보이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고 있다. <사진=KBS 영상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인천국제공항을 가득 메우던 중국인들이 돌아왔다. 지난 12월2일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처음으로 중국 단체관광객 32명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문에 발길을 끊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遊客·유커)이 260여 일 만에 돌아온 것이다.

    

해제된 금한령

 

국내 여행업계는 이번 조치가 중국 관광시장 회복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방한 중국 관광객 중 베이징·산둥성에서 온 관광객은 30% 정도였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총 806만명이었는데, 242만명 정도가 해당 지역에서 온 셈이다. 여행업계는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이 베이징과 산둥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허용 조치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며 “각 지역 여유국회의가 매달 진행되는데 다른 지역 회의에서 단체관광이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편이나 여행상품을 새롭게 편성해야 하는 만큼 시간은 걸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단체관광 상품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이직했던 여행사 직원들도 돌아와야 돼 내년 상반기에 정상화 될 것으로 본다”며 “단체 상품은 과거와 달리 저가 상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전세기나 크루즈 제한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세기를 띄우지 못하면 단체관광객을 위한 좌석을 대량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가격 측면에서도 상품 구성이 어렵다.

 

전세기나 크루즈를 허용해야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으로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갈 수 있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베이징과 산둥성 단체관광 허용으로 지금보다 아주 조금 더 오는 정도일 것이다”며 “이번에 크게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는 안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중국에 사드 보복 조치를 완전히 해제할 것을 단호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조금 보여준 정도일 뿐”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니 정부가 유야무야 넘어가지 말고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에도 유커 복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보복 완화 기대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조치가 나온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중국의 ‘생색용’이며, 실질적으로 중국의 단체관광객이 예전처럼 돌아오기까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한국여행 상품에 롯데호텔 숙박이나 롯데면세점 쇼핑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내면세점 1위인 롯데 이외의 다른 면세점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이번 조치만으로는 단체관광객의 복귀 효과가 크지 않아 다른 업체들이 누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춘제(春節·중국의 설)에 유커가 한국을 방문하려면 오는 1월 까지는 단체관광이 실질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점도 면세점업계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한한령 이후 국내 중국전담여행사들이 대거 폐업, 휴업, 전업한 가운데, 중국 국적의 랜딩사, 호텔, 리조트, 음식점들이 늘고 있어,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이들 ‘자국 동포 관광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인바운드 관광에 따른 국내 수입은 별로 없다는 지적도 들린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전을 벌이더라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중국기업의 배만 채우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더불어 관광업계에선 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직은 금한령 해제가 시범적인 단계의 조치여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이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선 베이징과 산둥 지역만 중국인들의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일단 중국이 제한적이나마 단체관광 허용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며 “그러나 베이징 등 일부 지역이 대상이고 아직 전세기 운항 등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쪽’짜리”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2018 평창올림픽 이전에 유커들이 본격적으로 올 거라고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본격 방한 시점은 지금으로선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쇼핑 관광 한계

 

이처럼 관광 한파로 타격을 입었던 한국 관광시장은 ‘이제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지만 유커의 쇼핑에만 의존해온 한국 관광의 고질적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한국 관광엔 ‘한국’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진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쇼핑이 75.7%로 압도적이었다. 쇼핑이 한국 관광의 주요 목적인 관광객 국적은 중국이 64.1%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유커의 천국’으로 불리던 제주에서는 중국인 쇼핑객만 기다리는 이른바 ‘천수답 관광’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국 기업의 이름을 사용한 쇼핑가는 폐허처럼 스산해졌고, 중국 크루즈선이 들어오지 않는 국제여객터미널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각종 개발사업과 부동산시장도 얼어붙었다. ‘유커의 귀환’에 다시 취해 한국 관광의 악습이 되풀이된다면 그 폐해가 다른 경제 분야도 위협하는 무기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사드 보복으로 황폐화된 한국 관광 생태계에선 대안으로 제시된 ‘관광시장의 다변화’조차도 유커 관광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쇼핑 위주의 저가 관광 서비스를 제공했던 여행사들이 동남아시아 등 대체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을 하며 값싼 관광상품을 양산하며 물을 흐리고 있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3만8000원짜리 3박 4일 한국 여행상품’까지 등장했다. 한국 관광 왔다가 쇼핑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면세점 쇼핑을 위해 한국에 관광객으로 오는 ‘주객전도’ 현상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싼값에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가 면세점으로부터 모객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적인 담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의 국적만 바뀌었을 뿐 ‘유커 맞춤형 저가 저질 관광’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대체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한국 관광에 큰 매력을 못 느낀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한국 관광의 콘텐츠 부족’에 대한 불만이 특히 높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른바 ‘관광 사대주의’를 탈피하고 품격을 높이려는 정책적 시도가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악습이 고착화된 상황”이라며 “관광업계의 자정 노력은 물론이고 국가 전반이 구조 전체를 바꿀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여전히 유커 관광은 쇼핑위주의 관광에만 집중되어 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인두세 문제

 

실제로 관광업계에선 이같은 ‘쇼핑 위주의 초저가 상품 판매’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방한 관광시장에 사회적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현지 여행사가 유치 관광객 당 국내 여행사에게 받는 송객 수수료인 ‘인두세’를 근절하지 못하면 ‘방한 시장의 고급화’는 요원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합리한 저가 상품을 근절이 우선인데, 양국이 나서서 중국 현지 여행사들의 ‘갑질’을 바로 잡아야 완벽한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한령 이전 유커 유치를 위해 일부 여행사들은 중국 현지 여행사에 송객 수수료인 이른바 ‘인두세’를 지급해 왔다. 유치 경쟁이 더 심화하면서 숙박·식비 등 최소한의 여행경비도 상품가격에 포함하지 않은 초저가 여행상품이 중국 내 방한 시장에서 주를 이루게 됐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유커를 유치하는 국내 여행사들은 중국 현지 여행사에 송객 수수료인 ‘인두세’를 요구하는 중국 현지 여행사에 휘둘렸는데, 금한령이 풀려도 중국 현지 여행사의 갑질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중국 여행사의 갑질 시정 이전에 국내 업계의 자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보따리상을 단체 관광객처럼 유치하는 일부 여행사들과 면세점의 행태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면세점만 도는 보따리상들을 유치하려고 지급하는 인두세 탓에 질이 떨어지는 여행 상품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선 ‘중국 전담 여행사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현재 문체부에서 유커 유치를 담당하는 159개의 중국 전담여행사를 지정해 관리 감독하고 있다. 한 관광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현재 자유시장 경쟁 체제이니 전담 여행사를 지정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이들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실적인 문제로 당장 전담 여행사를 폐지할 수 없다면 시장 질서를 어겼을 때 상시 퇴출할 수 있는 ‘삼진 아웃제’를 강화하고, 무자격 가이드 등이 엉터리 설명을 하지 않도록 보다 교육을 강화해야 조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유커에 집중된 관광객 유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부 및 지자체 주도의 유커 유치는 관광의 질 자체를 크게 저하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타격을 입은 건 대표 관광지인 제주뿐만이 아니다. 어지간한 지방자치단체는 너나없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거의 올인해왔다. 대부분의 지자체 관계자들은 “유커 집중현상은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한다”고 증언했다.

 

충남은 중국 한한령의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충남은 올해 초 서산 대산항과 중국 산둥성 룽청시 룽옌항을 잇는 대산 국제여객선터미널을 개항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업체 측이 투자하기로 한 250억 원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언제 문을 열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주 3회 중국과 한국을 오가기로 한 2만5000t급 페리호 운항 계획도 전면 중단됐다. 충남도 관계자는 “중국 선적 페리호의 대산항 입항 시 1회 300여 명, 한 달 4000여 명의 유커 입국이 예상됐으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지자체들의 관광객 다변화 노력은 ‘제 살 깎아먹기 식’ 인센티브 경쟁 때문에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유커 유입이 끊기자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관광객 다변화에 나선 대전시의 경우 최근 베트남 등 일부 국가 현지 여행사에서 “인센티브를 더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지 여행사들이 ‘한국의 ○○시는 관광객 1인당 2만 원을 주겠다는데 대전시는 더 못 주느냐’며 노골적으로 인센티브 인상을 압박한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대전시는 관련 예산을 1억 원 더 늘리고 모객(募客) 인센티브를 1인당 1만 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돈 주고 여행 하는 나라’가 아니라 ‘돈(인센티브) 받고 관광하는 나라’처럼 변질된 셈이다.

 

그러나 지자체로서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관행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인천시도 내년 유커를 유치하기 위해 총 5억4000만 원 상당의 인센티브 지급을 계획 중이다. 시 관계자는 “인천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숙박을 하는 경우에만 제공되는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자체는 인센티브 지급 대신 숙박이나 관광 코스 등 여행 기반 시설 개선 쪽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규모 유커 유치 성공’ 같은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워 고민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유커 숫자’에만 집착하고 이 때문에 인센티브 출혈 경쟁을 계속 벌인다면 결국 ‘싸구려 관광지’로 공멸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지자체별 특성을 반영한 고부가가치 맞춤형 개별 관광상품 개발로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기사입력 :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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