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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는 ‘박근혜·자유한국당’ 만의 것인가?

‘평화의 상징’에서 ‘친박의 상징’으로…‘수난의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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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2017-09-22


지난 대통령 박근혜 탄핵정국 당시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하나의 모습이 되었다. 비록 반세기가 조끔 넘는 짧은 민주주의 공화국이지만, 세계역사에 빛나는 ‘평화시위’를 연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반대급부로 생겨난 ‘박근혜지지 집회’ 통칭 ‘태극기 집회’는 탄핵을 넘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빨갱이를 죽여도 된다’ 등의 과격한 언행을 사용하고 있고, 태극기를 이용해 폭행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의 상징’인 태극기가 친박 단체에 의해 ‘극우 지킴이’로 등극해버렸다.

 


 

자신들과 반대논리 종북 좌빨로 모는 친박 ‘태극기 집회’

여전하게 이어지는 無논리…언론 장악 궤변 주장 이어가

집회 때 마다 등장한 성조기…최근에도 적극적으로 이용

박사모 거리 두는 자유한국당…태극기 흔드는 모습 자제

 

▲ 박근혜 대통령지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 <사진=아시아경제 유투브 영상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독립운동·민주화운동의 상징인 ‘태극기’의 의미가 일부 정치세력만의 전유물로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태극기 집회

 

자칭 ‘태극기 집회’는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로 인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주축으로 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및 탄핵 반대를 주제로 실시했던 집회다.

 

당시 주요 참여 단체로는 박사모, 어버이연합, 엄마부대를 비롯한 친박단체와 자유총연맹 등이 있다.

 

집회 참가자들 대개가 자신이 애국자임을 주장하며 박근혜 탄핵 촉구 집회인 ‘촛불 집회’를 종북좌파 빨갱이들의 집회라고 종북몰이적인 주장을 하는 게 특징이다.

 

물론 처음부터 태극기 집회 인원들이 지금같은 극단적인 행태를 벌인 건 아니었다. 맨 처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최순실 세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최순실 일가는 죄가 있긴 있겠지만 박근혜는 억울하게 몰린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박근혜만큼은 그래도 용서해줘야 한다”는 정도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탄핵 반대 집회를 시작하면서 최순실 일가까지 비호하는 세력으로 변질됐다. 이들은 최순실은 무죄이고 억울하다고 주장하며 최순실을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중에서는 최순실이 법정에서 고성을 지른 것을 보고 “최순실은 진정한 여장부”라며 치켜세우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보인다.

 

그러다보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자체가 좌파들이 조작한 일이라고 하며 덧붙여 노무현 게이트와 김대중 게이트를 수사하고 박근혜와 최순실을 놓아주자고 하기도 한다. 이를 넘어 삼성 이재용 회장 등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기 위해 억울하게 잡혔다며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조종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해외 교포들의 시국선언은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된 것이며, 각종 외신들도 좌편향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번 사건의 최대 핵심 증거인 최순실의 태블릿 PC 관련 JTBC 보도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할 정도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된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태극기 집회는 이어지고 있다.  

 

성조기 집회?

 

친박 단체의 집회에 이용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을 나타내는 국기인 태극기가 수난을 겪고 있다. 과거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등장했던 태극기는 어느 순간부터 보수단체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 탄핵반대 집회참가자들은 태극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이 ‘촛불’에 대항할 상징으로 ‘태극기’를 선택한 것이다.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이 자신들의 집회를 ‘태극기 집회’라 스스로 이름붙이면서, ‘태극기’는 ‘촛불’과 상반된 민심을 뜻하는 개념이 됐다. 태극기 집회에는 태극기보다 더 큰 대형 성조기도 함께 등장해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구하기’라는 이슈를 논하는 자리에 미국 국기가 등장한 건 ‘뜬금없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한미동맹을 중요시하는 보수진영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성조기와 연관된 부분이 없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인 것이다.

 

이 때문에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글들이 게시되고, ‘태극기 집회를 차라리 성조기 집회라고 부르자’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오는 상황이다.

 

성조기 등장에 대해서는 집회 측도 초반에는 난감해 하다가 탄핵이후로는 본인들도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회 측 관계자는 “어떤 단체에서 어떤 이유로 성조기를 들고 오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참여단체 행동을 일일이 단속할 순 없는 상황이라 애매한 입장”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의 골수 친박 의원과 일부 극우 인사들의 경우 성조기를 흔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태극기집회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등장하는 것과 관련, “사드배치를 찬성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지난 2월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북핵 사건이나 사드배치 문제 때문에 앞으로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이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표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해 “거짓 촛불패들이 사드 반대, 한미동맹 파괴를 선동하는 상황에서 애국심 하나만으로 성조기를 들고 나올 이유가 충분하다”며 두둔했다.

 

문제는 태극기 집회에서 태극기 훼손은 물론, 태극기봉을 이용한 폭행까지 일어나면서 태극기가 특정 집단의 전유물로 부각·악용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11일에는 태극기 집회를 취재하던 한 언론사 기자가 집회 참가자 수십명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기자는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는데, 한 분이 다가와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욕설을 내뱉었다. 곧 수십 명이 달려들어 주먹이나 태극기봉으로 온몸을 마구 때렸다”고 전했다.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자 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이 잇따라 항의 성명까지 발표했다.

 

교통경찰관을 태극기봉으로 폭행하는 일도 일어났다. 2월18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3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 참여한 한 50대 남성이 무단횡단을 하던 중 이를 제지하는 교통경찰관을 태극기봉으로 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네티즌들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한 글을 통해 집회 중에 태극기 깃발이나 봉에 맞았다고 토로했다. 서울역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사람들과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사람들끼리 충돌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쳤는데, 그 과정에서 박사모 회원들이 태극기 깃발로 자신을 내려쳤다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 사용된 태극기가 버려진 채 방치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집회 현장에 버려진 일부 태극기는 한쪽이 찢겨 있거나 도로에 나뒹굴다 자동차 바퀴에 밟히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국기법에 따르면 국기가 훼손됐을 때 지체 없이 소각 등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집회 등에서 수기를 사용할 때는 행사 주최 측이 국기가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점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친박 단체들이 ‘태극기’를 이용한 집회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 단체들의 집회에 태극기가 사용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던 시민들이 이젠 촛불집회에서도 직접 ‘태극기 구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온·오프라인에 걸친 공론의 장에서는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 되찾아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태극기가 친박 단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한 사회 각층의 우려는 이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태극기를 둘러싸고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태극기는 나라의 국격이고 자존심”이라며 “지금처럼 태극기가 곤욕을 치른 적이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에 “태극기는 존엄의 상징이다. 어느 나라 국민이나 자국의 국기에 대한 충성심과 존경심은 형언키 어렵다”면서 “최근 태극기 집회가 진행되면서 나쁜 의미로 태극기가 부각돼 언짢다. 언론에서 ‘태극기 집회’란 용어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 태극기 집회에는 자주 성조기가 등장하곤 한다. <사진=kbs 뉴스 갈무리>

 

친박 거리두기

 

이같은 비판에 자유한국당에서는 최근 ‘태극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지난 9월9일 문재인정부의 안보정책과 방송장악시도를 규탄하는 자유한국당 대국민 보고대회 참석한 지지자들을 살펴보면 확연히 태극기를 들고 있는 인원이 줄어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논의가 시작되면서 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코엑스앞 광장에서 열린 ‘5000만 핵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이곳은 지난 4월 제19대 대통령선거 기간 중 홍준표 당시 한국당 후보가 대규모 거점유세를 펼쳤던 곳과 같은 장소다.

 

두 집회의 차이점은 ‘태극기’가 제법 줄었다는 점이다. 거의 비슷한 구도에서 찍은 사진만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난 4월30일 거점유세(사진 위) 당시에는 홍 후보를 중심으로 대형 태극기는 물론 작은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국민 보고대회(사진 아래)에서는 대형 태극기는 물론 작은 태극기를 안든 사람들을 오히려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물론 뒤쪽 라인에는 박사모를 위시한 각종 친박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유한국당 주요인사들이 자리잡은 앞쪽라인에는 태극기를 든 인원이 상당히 적었다.

 

‘태극기’는 한 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의 전유물이었다. ‘태극기부대’라는 별칭도 붙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상징이었던 ‘태극기’는 탄핵반대집회는 물론 한국당 전당대회, 한국당 대선후보 유세장소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탄핵과정에서 바른정당이 탈당하고 탄기국이 ‘새누리당’을 창당했어도 ‘태극기부대’의 주축은 한국당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탄핵사태로 중도보수 층이 지지할 곳을 찾지 못해 ‘반기문-안희정-황교안-안철수’로 옮겨다닐 때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15%(한국갤럽 2월조사)의 민심은 한국당의 ‘콘크리트’지지층이었다. 이 때문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쇄신을 위해 당의 사령탑에 앉은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이후 홍준표 대선후보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홍 대표가 지난 8월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처음로 언급하면서 당내 분위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 혁신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주요 의제로 올려두고 시기와 절차 등의 논의에 착수했다. ‘혁신’하기 위해서는 구체제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구친박(옛 친 박근혜계)의원들을 중심으로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한다’는 반발도 만만찮다.

 

결국 전날 진행된 행사에서 태극기를 든 사람이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도 엇갈린다. 일부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가 이탈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당내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이 거론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민심이 당을 떠났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부는 지지층의 이탈이 아니란 시각을 내놓는다. 태극기 부대가 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단지 박 전 대통령의 상징적 의미인 태극기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면서도 당의 쇄신을 위해 홍 대표의 구체제 청산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란 얘기로 해석된다. 한국당 당직자는 “홍 대표가 혁신을 위해 구체제와의 단절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당원들도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 재탕?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같은 ‘5000만 핵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올렸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언론장악 문건’ 논란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코엑스 옆 광장에서 열린 국민보고대회 후 자신의 페이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홍 대표는 “서울 코엑스 광장의 국민보고대회에 모여주신 10만 국민여러분 감사 드린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과 안보파탄에 전국민과 함께 분노하면서 방송장악 부분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안보파탄은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에 대해서 1000만 국민 서명운동을 전개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온·오프라인을 통해서 1000만 국민 서명이 완료되면 우리는 김정은의 핵인질에서 벗어날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아무 명분 없는 떼쓰기 시위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올렸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오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 집회에 대해 “국정농단 세력을 지키려던 ‘태극기 집회’가 연상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당이 지금 지켜야 할 것은 김장겸 MBC 사장이 아니라 국민이며, 지금 있어야 할 곳은 국회 밖이 아니라 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홍준표 대표가 밝힌 국정조사 추진과 서명운동을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방송개혁을 막아서고, 서명운동을 통해 국민을 핵 공포로 몰아넣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penfree1@hanmail.net

기사입력 : 20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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