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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중국철수, 기업들 패닉 빠진 이유

무너진 차이나드림…“희망이 악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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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2017-09-15


“중국 사업을 철수할 생각이 없다” 이같이 외친 신동빈 롯데회장의 말은 공염불이 됐다. 롯데마트가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철수 결정을 한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수 천억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하며 버텨왔지만, 누적되는 적자에 백기를 들어버렸다. 문제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피해를 보는 업체가 수없이 많다는 점이다. 중국의 진출한 국내기업 상당수가 직간접적인 보복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즉, 롯데마트 같은 케이스는 언제나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분기 매출 95% 추락…버티다 못해 철수 선언 ‘롯데마트’

3조 투자 ‘선양 롯데월드’ 차질…매각 승인 여부도 미지수

현대車 생산중단 반복하며 버텨…SPC 등 식품업계도 불안

현지 합작기업들 위험 빠져…‘시장 다변화’ 돌파구 찾아야

 

▲ 롯데마트가 사드보복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중국시장에서 철수한다. <사진=SBS 뉴스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롯데마트가 결국엔 손을 들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잇단 중국의 영업정지 조치에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버티다 결국 6개월 만에 중국 롯데마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철수하는 롯데

 

롯데마트는 최근 중국 내 롯데마트 처분을 위한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고 지난 9월14일 밝혔다. 롯데마트는 최근 112개 점포의 실사까지 마치고 여러 기업과 매각 협상을 해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10월 초 유력한 매수 기업과 철수 방안 등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에 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2007년 중국에서 운영 중이던 네덜란드 마크로 매장 8곳을 인수하면서 중국에 진출했는데 당시 인수 비용만 1조2000억원이다.

 

이같은 투자로 인해 올해 4월만 해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낙관론을 폈다. 그는 “두 달 정도 지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롯데는 중국에서 2만5000명의 현지인을 고용했고 중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사업을 철수할 생각이 없다”고도 못 박았다.

 

당시 롯데 내부에서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신 회장도 “중국 철수라는 단어가 외부에서 언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월 중순 중국 롯데마트 점포 3곳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해제됐다가 4일 만에 번복된 일이 있었다. 롯데는 이때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리스크가 높아지는데도 중국 정부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강경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서 내부 분위기가 매각 쪽으로 확 돌아섰다. 매각 외에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롯데마트의 2분기(4∼6월)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9% 줄었다. 점포가 문을 닫아도 임차료뿐 아니라 일손을 놓고 있는 1만여 명의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의 70%를 지불하고 있다. 롯데는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2월 말부터 현재까지 사드 보복으로 5000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금액은 연말이면 1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이번 철수 계획마저 중국 정부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 협상이 잘돼도 중국 정부가 이를 승인할지 등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외 다른 계열사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에는 유통(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식품(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관광 및 서비스(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시네마 등), 유화 및 제조(롯데케미칼 등), 금융(롯데캐피탈) 등 22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마트도 중국에서 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 롯데도 더 빨리 마트 사업을 정리했어야 하지만 늦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그간 2015년 산둥 지역 점포 5곳 폐점 등 점포 구조조정, 현지인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개선의 기미가 보였던 중국 사업이 사드 보복이라는 외부적 충격으로 진출 9년 만에 멈추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재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롯데마트 영업정지를 대체할 새로운 보복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괘씸죄에 걸리면 매각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좌불안석

 

그동안 롯데마트가 중국 내 매장 처분을 주저해온 건 중국에 진출한 22개의 계열사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철수하면 사실상 중국 사업 전체를 접어야 하는 위기에 몰릴 수 있어 중국에서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이다.

 

가속화되는 롯데마트의 중국 출구전략으로 다른 계열사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사드와 관련해 롯데 계열사의 전 사업장에 세무조사를 하거나, 소방·위생 점검 등을 이유로 매장 영업을 중지시키는 등 롯데를 겨냥해 집요한 보복을 해왔다.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중국에 약 10조원을 투자했고 현재 24개 계열사가 현지에 진출해 있다. 백화점 5개를 포함해 마트, 슈퍼 등 120개의 유통 점포를 운영해왔고, 롯데시네마도 현재 12개점을 운영 중이다.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현재 마트 뿐 아니라 백화점도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조원을 투자하는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도 위기에 빠졌다. 롯데월드 선양은 70%가량 공사가 진행된 상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롯데그룹은 “한파 때문에 공사를 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사드 보복이 공사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청두에 1조원을 투입한 복합단지 프로그램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파트 1400여채 등 주거시설 부문은 분양이 완료돼 이달 말까지 입주가 끝난다. 하지만 백화점 등 상업시설은 허가가 나지 않아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마트 사업 외에 백화점·롯데리아·롯데시네마 등 사업은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고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등 일부계열사는 영업망 통합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 현대·기아자동차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SBS 뉴스 캡처>

 

포기 어려운 중국

 

이같은 롯데마트의 전격적인 철수 결정으로 사드 여파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탈중국’ 러시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롯데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은 현대·기아자동차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존에 수조 원을 들여 공장을 지은 데다 어렵게 구축한 판매망을 버리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중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세계 전체 판매량(국내 판매량 포함)의 각각 23.5%(114만2016대)와 21.5%(65만6대)를 팔았다. 올해 상반기(1∼6월)에 판매량이 급감했다고 제1의 수출 시장에서 당장 철수를 거론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업구조인 셈이다.

 

기존에 투자한 공장과 판매망도 쉽게 ‘포기’라는 단어를 꺼내기 어려울 만큼 큰 자산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내에 모두 9개 공장을 설립하고 연간 27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중국 현지 업체와 절반씩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여기에 쏟아부은 돈이 약 5조 원으로 추정된다.

 

또 지금 어렵다고 중국에서 빠져나오면 10여 년간 어렵게 쌓은 판매망도 물거품이 된다. 국제통상전문가는 “중국 같은 시장에서 철수했다 재진입할 때는 딜러망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기존보다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현대차의 중국 1∼4공장은 생산과 가동 중단을 반복하고 있지만 평균적인 공장가동률은 5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만 바라보고 중국에 함께 진출한 부품업체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145개 한국 부품업체가 289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120여 개 업체가 현대·기아차와 함께 중국에 동반 진출한 업체다.

 

유통업계는 사실상 패닉 상태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20년 만인 올해 사업 철수를 이미 선언했다. 2010년대 초반 26개까지 늘어났던 점포는 올 초 6개까지 줄었고 이마저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롯데마트까지 ‘완전 철수’에 무게를 두면서 한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국에서 처절한 실패만 맛보게 됐다.

 

식품업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SPC그룹은 올해 중국에서 파리바게뜨 200호점을 열었다. 그러나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국내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피해를 보면서 성장가도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가맹점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아직 큰 피해는 없지만 사드 여파가 지속되면 사업 확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투썸플레이스와 뚜레쥬르 등 중국 내 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CJ푸드빌 역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는 반한 감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 SPC 그룹 등의 식품업계도 사드 보복을 경계하고 있다. <사진제공=SPC 그룹>

 

독이 든 성배?

 

이처럼 한때 한국 기업들의 희망이었던 중국 시장은 이제 악몽이 됐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타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홈쇼핑사들은 중국 시장 진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 보복에 현지 합작기업들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홈쇼핑사들은 그동안 현지화의 모범적 사례로 추앙받았지만 현재는 사실상 휴업상태에 내몰렸다.

 

2011년 현대홈쇼핑이 현지와 합작법인인 귀주가유구물집단유한공사와 만든 현대가유홈쇼핑은 지난해 4월부터 송출이 중단되면서 적자가 늘고 있다. 현대가유홈쇼핑의 실적을 이유로 현대홈쇼핑의 사업 종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J오쇼핑의 경우에도 합작사의 부당한 요구로 동방CJ의 지분 26%중 11%를 현지 합작사에 매각했다. 사드 보복 영향으로 매출까지 줄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의됐던 현지 합작사 사업 자체도 흔들리고 있다.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가 없던 일이 되는가 하면 갑작스런 사업 변경 요구 등으로 제동이 잇따라 걸렸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 이전에도 중국 기업과의 현지 합작은 위험한 도전이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카페베네. 카페베네는 2012년 중국 중치투자그룹과 50대 50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3년 만에 600개의 매장을 여는 등 승승장구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2015년부터 커피 원두와 식재료 등이 가맹점 등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중국 시장의 95%를 가맹점으로 운영했던 카페베네로서는 치명타였다. 한국 본사와 중치투자그룹간에 경영 분쟁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결국 카페베네는 손실만 입은 채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중국 시장 진출 등이 실패하면서 카페베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격히 악화됐고 최대주주 역시 창업주에서 사모펀드로 전환됐다. 지난해 카베페베는 매출액 817억원에 영업손실 134억원, 당기순손실 3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32% 줄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18%와 25% 각각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보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 규모 등에 비춰봤을 때 중국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경쟁이 치열한데다 현지의 텃새 등이 심각해 사드 논란 이전부터 어려웠다”면서 “시장 다변화를 하면서 정치 상황 변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penfree1@hanmail.net

기사입력 :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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