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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사퇴로 바른정당 흔들리는 연유

급격히 힘 잃는 ‘자강론’?…“통합 눈치싸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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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2017-09-08


바른정당 당 대표였던 이혜훈 의원이 ‘금품수수’ 의혹에 부담을 느끼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간 보수의 새 흐름을 바른정당으로 가져오겠다며 자유한국당과는 다른 행보로 개혁보수의 색깔을 더 해온 당으로서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특히 그간 ‘자강론’을 외치며 ‘보수 통합론’자들과 미묘한 갈등을 벌여온 바 있어, 당내 자강 흐름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게 됐다. 이에 차기 당 지도자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금품수수 의혹으로 74일만에 당 대표직 내려놓은 이혜훈

불씨 급격히 사그라드는 자강론?…본격적인 통합론 제기

당 내 최대주주 유승민·김무성 등판임박…신중해진 양강

김세연·김용태 등도 거론…논란 줄일 새로운 얼굴 등장?

 

▲ 이혜훈 의원이 바른정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사진=김상문 기자>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 9월7일 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6월 27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임된 지 73일만이다.

    

물러나는 이혜훈

 

이혜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전체회의에서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안보 민생 국면에서 사려 깊지 못한 불찰로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며 “다만 실체적 진실은 조만간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대표직을 (사퇴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했다”며 “제 고민은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무엇이 당을 위해 나은가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강론이 옳다고 믿는 분들에게 자강의 불씨를 사그러 드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고민이 깊었다”며 “그러나 새로운 체제가 시급하다는 주장을 받아 깊이 고심했다. 거짓 주장이 바른정당 가치를 훼손하고 방해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부연했다.

 

이 의원은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숙제를 남기고 대표직에서 떠나 사과한다”며 “이번에 제기된 의혹이 저로서는 억울하지만 검찰에서 떳떳히 밝히겠다. 국민, 당원동지 여러분들 제 부덕을 꾸짖고 개혁보수의 길을 굳건하게 도와주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조기 낙마함에 따라 바른정당은 새 리더십을 위한 후속 논의에 즉각 착수할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이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직후 꾸준히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비대위 체제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말부터 일단 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이 의원의 중도 하차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및 연대 등 보수진영 내 통합논의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자강론’, 즉 바른정당의 독자 생존을 가장 강하게 주장해온 이 의원이 물러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새 리더십 구성 문제 및 보수진영 통합 문제 등을 놓고 바른정당 내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이 의원은 한 여성 사업가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금과 명품가방 등 6000만 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서울중앙지검은 사업가 A씨가 ‘이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을 밝혀달라’고 진정을 제출함에 따라 현재 형사3부에 사건을 배당해 조사 중이다. 이 의원은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돈을 빌린 적은 있으나 모두 갚아 문제가 될 게 없다”며 이 사업가의 주장을 전면 부인한 상태다.

 

앞서 사업가 A씨는 지난 8월31일 이 대표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이날 사건을 배당했다.

 

A씨는 이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되면 사업 편의를 봐주겠다’고 해 2015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현금, 명품 등 6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의원은 과거 금전거래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이미 전액 상환했다고 항변했다.

 

이 의원은 지난 8월31일 경기 파주시 홍원연수원에서 열린 '바른정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A씨는 지난 총선 때 정치권 원로를 통해 소개 받았다”며 “사이가 좋았을 때 빌리고 갚는 등 총 6000여만원이 오고 간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차용증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빌린 돈은 3~4개월 전에 다 갚았다”며 “이후 A씨가 사업이 어려워졌다며 돈을 융통해 달라는 등 이상하다는 걸 느꼈고, 2~3일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가 사기 전과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A씨에 대해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다.

    

▲ 이혜훈 의원이 당 대표직을 사퇴하자, 당 내 최대 주주인 유승민·김무성 의원 등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대표적 자강론자

 

이처럼 대표직을 사퇴하게 된 이혜훈 의원은 그간 당 입지 확보를 위해 남다른 각오를 밝혀왔다. 그는 보수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계파 패권정치’ 해소와 당내 화학적 결합을 중요하게 봤다. 상징적 의미에서 유승민 의원과 먼 인물부터 당에 중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여성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지방선거 공천에 여성 30% 요구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바른정당은 창당 200여일 가까이 당대표실이 만들어지지 않는 등 고충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첩이 아무리 본처라고 우겨 본들 첩은 첩일 뿐”이라는 글로 바른정당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이혜훈 의원은 “우리는 품격있는 발언만 대응하겠다. (홍 대표가) 여성을 비하하는 전근대적 인식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에 대해 지극히 유감이다. 인식이라고 하는 건 사람 수준을 드러내는 건데, 참 할 말이 없다”고 응수했다.

 

또한 “그분(홍준표 대표)의 희망 사항인 거 같은데, 죄송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모든 여론 조사는 이분의 희망 사항과 거꾸로 가고 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 해석되겠다”고 똑부러진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혜훈 의원은 KBS2 ‘냄비받침’ 출연 당시 당대표 당선에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 위로 받을 일이다. 저희가 가시밭길을 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혜훈 대표직 사퇴에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자강론자인 이 의원이 물러났으니 아무래도 (통합)논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당내 통합론자들은 줄곧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연합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당이 자생력을 키워 독자생존 해야 한다며 통합론자들과 맞섰다. 그가 당 대표 사퇴를 막판까지 고민한 것도 자신의 낙마로 자강론이 힘을 잃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26일 당내 경선에서 하태경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대표로 취임했다. 취임과 동시에 내뱉은 첫마디는 “보수의 본진이 되겠다”였다.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 젊은 보수’라는 모토를 내걸고 한국당과의 ‘보수 적자’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 의원은 당 대표가 된 이후 소속의원 20명을 각각 위원장으로 한 민생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이후 이들과 전국을 돌며 민생현장에 박차를 가하는 등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 결과 한때 정당 지지율이 한국당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금품수수 의혹에 따른 논란으로 결국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 상대적으로 젊고 계파색이 얇은 김용태 의원(사진)과 김세연 의원 등도 차기 대표로 거론된다. <사진=김상문 기자>    

 

김무성·유승민 등판?

 

이처럼 이혜훈 의원이 불명예 사퇴를 하게되면서 바른정당이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창당 당시부터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들 두 사람은 창당 때부터 바른정당의 진로에 대해 다른 길을 걸어온 바 있어 당권을 놓고 갈등 소지도 다분하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론이 본격화된 가운데 비대위 체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인해 당의 균열이 더욱 빠르게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정당은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미 새 지도부 구성을 기정사실화하고 김무성 고문 혹은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비대위 체제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한 무게감있는 인사로서 이들이 적임자라는 의견에 따라서다.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경쟁에서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인사로 꼽힌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각 당대표를 맡아 지방선거를 향해 나선 것도 유 의원의 등판론을 부추기고 있다.

 

김 고문은 바른정당 최대주주로 불리는 등 당 화합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거론된다. 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과 연대의 가교 역할을 맡아 바른정당의 입지를 확보해나갈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이들은 이 의원의 사퇴 후 당내 역할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유 의원은 “당내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님들을 비롯해 당의 총의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도 “중의를 모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두 사람 중 누가 바른정당의 키를 맡게될 지에 따라 향후 바른정당의 진로와 보수진영 내 통합논의의 향방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의 경우 개혁보수 노선을 강하게 주장해오며 자유한국당이 중심이 된 통합 움직임을 반대해왔다. 대선후보를 역임하면서 확보한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바른정당 정체성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선거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김 고문은 좌파 진영에 맞선 우파 진영의 단합된 행보를 강조해와 보수 진영의 연대와 통합 논의의 중심에 서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 논의를 물밑에서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또 대선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 간 심화된 갈등과 당내 균열을 보듬어 안아 나가며 바른정당의 균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9월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바른정당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이기재 서울 양천갑 위원장은 “이미 홍준표, 안철수 대표가 당 전면에 서서 당 지휘하고 있다. 대선후보였고 우리 당 창당 주역이고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은 왜 뒤에 있나”며 “김무성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도 이제 나서서 우리당의 리더가 돼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병국 경기도 파주갑 위원장도 “우리 당은 지난번에는 주호영 대표가 대행체제로 끌어줬지만 이제는 비대위로 가는 것이 맞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두 의원은 비대위원장 논의와 관련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두 의원 모두 비대위원장 수락과 관련해 입을 열기가 곤혹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대나 통합을 거부하는 자강파이고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두 의원 중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를 놓고 당내 자강파와 통합·연대파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두 의원 또는 제3의 인물 중 누가 당을 이끌어갈 비대위원장을 맡느냐에 따라 보수정당의 미래는 격랑을 맞을 예정이다.

    

새로운 인물?

 

이처럼 대표 권한대행 체제보다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비대위원장에는 당 최대주주인 유승민·김무성 의원 외에 김세연 정책위의장·김용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김 의원 중 한 명이 전면에 나서면 연대·통합 문제를 두고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는 만큼 새로운 인물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김 정책위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김 의장의 경우 벌써 3선 의원이기도 하고 다른 의원들과도 두루두루 사이가 좋은 만큼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 초대 대표였던 정병국 의원도 당사 회의에서 일부 원외위원장들이 ‘김무성·유승민’ 대안론을 거듭 주장하자 “그들이 우리의 자산인 것은 다 안다”면서도 “사람이 사라지면 정당이 사라진 게 우리 정당사 아니냐. 그런 정당하지 말자고 나온 게 바른정당”이라며 제3 인물론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penfree1@hanmail.net

기사입력 : 201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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