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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신임 대표 ‘이정미’ 당선 내막

‘진보의 선명성’ 강조…“수권정당으로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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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2017-07-14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표로 이정미 의원이 선출됐다. 비교적 젊은 초선의원으로서 당을 책임져야 하는 대표라는 막중한 자리에 선출된 것이다. 이에 과거 심상정·노회찬·천호선 등 명성이 높은 정치인들과 비교해서는 다소 경량급의 인사가 선출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져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서 이정미 대표는 진보로서의 선명성과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편집자 주>

 


 

 

노동운동가 출신 비례대표 초선…예상보다 고전 끝 승리

‘진보 선명성 강조’ 승리…진보 노선은 더욱 뚜렷해질 듯

‘심상정’ 딛고 ‘이정미’ 리더십 필요…진보정치의 길 고민

당면과제는 정부여당과의 관계설정…지방선거 승부 필요

 

▲ 정의당 이정미 신임 대표 <사진=김상문 기자>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진보정당의 아이콘으로 활약해온 심상정 의원에 이어 정의당을 이끌어갈 새 대표로 이정미 의원이 선출됐다. ‘장미 대선’에서 득표율 6.2%를 얻어 진보정당 최대 대선 득표율을 얻었던 정의당의 미래가 초선 의원 이정미 신임 대표의 손에 달리게 된 것이다.

    

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은 지난 7월11일 당직 선거 개표 결과 이정미 후보가 7171표(56.05%)를 얻어 5624표(43.95%)를 얻은 박원석 후보를 누르고 새 대표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당대표 경선 투표권이 있는 당원 2만969명 중 1만2978명이 참여해 61.8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3명을 뽑는 부대표 경선에서는 한창민, 정혜연(청년 몫), 강은미(여성 몫) 후보가 당선됐다.

 

정의당의 새 대표를 뽑는 이번 선거는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활동을 오래 한 이정미 의원과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석 전 의원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포스트 심상정’ 시대의 주역이 된 이정미 대표는 정의당 초선 의원이다.

 

다만 정의당 당직선거는 사실 이정미 후보가 줄곧 우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후보가 정의당 내 최대 정파인 인천연합 계열 당원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원내수석부대표로 맡으며 현직 의원 프리미엄을 쌓았고, 활발한 대내외 활동과 대중적 인지도로 일찍부터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지난 대선을 전후해 대거 유입된 신규 당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어려워 결과를 속단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달 초 추혜선 대변인과 김종대 원내대변인이 경쟁자인 박원석 후보를 지지하면서 판세가 ‘백중지세’를 이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이 대표는 계파에 매달리기보다는 당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행보로 선거 페이스를 유지했다. 특히 이 대표는 비정규직, 농민, 여성, 성 소수자, 청년 등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얼굴 있는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며 ‘촛불 민심’에 부합하려 노력했다.

 

이같이 당 대표 당선에 성공한 이정미 신임 대표는 대학을 중퇴하고 1988년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고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에 참여했으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대변인, 최고위원 등을 거치며 진보정당의 부침을 두루 겪었다. 2012년 10월, 천호선 전 대표 등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탈당하고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창당을 주도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원내부대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의원단에 참여했고, 심상정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는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활약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애슐리의 열정 페이, 넷마블의 장시간 노동,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과 임금꺾기 문제를 지적해 열악한 청년노동 현실을 환기하는 성과를 냈다.

 

이 대표는 대표 선거 출마 당시 ‘집권을 꿈꾸는 유력정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30년 양당 질서가 만든 얼굴 없는 민주주의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존재의 이유를 입증한 정의당은 이제 무한도전을 시작했다. 국회에서는 ‘진짜 야당 정의당’, 국민 속에서는 ‘민생 제1당 정의당’의 대표로 혼신을 다해 뛰겠다”며 “2018년 지방선거 승리 토대 위에 2020년 제1야당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용기와 ‘아래’로 향하겠다는 비전만 있으면 우리는 정치판을 뒤흔들게 될 것”이라며 “정의당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선명성 강조

 

이처럼 정의당의 새로운 사령탑에 오른 이정미 대표는 향후 진보적 색채를 강화하면서 노동 현안과 진보진영 통합을 위한 시동 걸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정의당 대표 선거는 ‘선명성 강조’ 대 ‘외연 확장’의 경쟁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이정미 대표가 후보 시절부터 선명성을 유독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출마 선언 당시 “30년 양당 질서가 만든 얼굴 없는 민주주의를 끝내겠다”며 소수 진보 정당으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반면 당 대표 후보였던 박원석 전 의원은 ‘유능한 진보, 이기는 정의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정의당의 외연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이정미 대표체제의 정의당은 향후 더욱 뚜렷한 진보 노선을 걷게 될 것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 대표는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으로 평소 노동 관련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뤄왔다. 그의 홈페이지 첫 줄에도 ‘노동존중, 생명존중의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을만큼 이 대표에게 노동 현안은 평생 과업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는 대표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도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내 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였다. 통상 국립현충원을 찾는 다른 당대표와는 차별성이 드러난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청년들의 노동 문제를 누구보다 앞서서 해결해 나가는 정의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곳에는 전태일 열사가 묻혀있다. 47년 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온몸을 불살랐지만 아직까지도 부당노동행위 천국인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노동 문제에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상대적으로 국회 내 목소리가 적은 여성 및 성 소수자에 대한 입장도 적극적으로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정의당 대선후보였던 심상정 의원은 ‘동성애 차별은 반대하지만 동성결혼에는 찬성하지 못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았다. ‘동성애 처벌 조항’으로 불리는 군형법 92조의6 폐지 법안도 주도해 발의했다. 이정미 대표도 국회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2016년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등 정의당의 성 소수자 입장에 발맞추고 있다.

 

이 대표의 목표의식은 이처럼 뚜렷하지만 문제는 원내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다. 현재의 다당제 속에서 정의당은 협상 파트너로서도, 캐스팅보트를 쥐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의당에 대해서는 집권 가능한 현실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보정당에 갖고 있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취약성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이야기다.

 

이어 “문재인 정부 내각에 참여하거나 집권 여당과의 정책협의회를 가동하는 등 직접 집권 정부에 참여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준광역단체장에 출마해 실제 당선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대중성도 갖춘 이정미 대표지만, 전임 심상정 대표의 카리스마를 넘는 게 과제다. <사진=MBC 무한도전 캡쳐>     © 사건의내막

 

심상정의 벽

 

이처럼 당 대표에 당선된 이정미 대표는 발군의 토론 실력으로 단숨에 정의당의 존재를 대중에 각인시켰던 심상정 전 상임대표의 뒤를 잇는 만큼 이 신임 대표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신임 대표의 과제는 심 전 대표를 뛰어넘는 새 지도부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심 전 대표의 인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포스트 심상정’으로 불리는 이 신임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이정미’라는 이름을 당 안팎에 널리 알려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강은미 신임 부대표는 “진보 정당의 중요 과제 중 하나는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심 전 대표와 비교가 되겠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새 지도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전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도 이 신임 대표의 리더십을 후방에서 지원하며 새 지도부의 안착에 물밑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새 지도부의 과제는 진보정당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대중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는 딜레마에 있다.

 

정의당은 통합진보당의 해산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를 빠진 진보정당의 명맥을 이어오면서 노동·여성·청년·성소수자 등의 가치를 내걸고 진보정당의 대중화 역할에 힘써왔다.

 

하지만 선명한 이념, 정책 노선과 운동권·시민단체 중심의 당원 구성으로 인해 대중 정당으로 확장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꾸준히 나왔다.

 

이런 한계가 계속되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변화의 가능성이 태동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시작된 촛불정국과 탄핵정국으로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소속이 아닌 당원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당의 체질이 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의당 새 지도부는 당 구성원의 변화에 맞춰, 기존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국민 눈높이’와 접점을 찾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신임대표는 당선 직후 소감을 전하면서 “정의당의 무한도전이 시작됐다. 국회에서는 ‘진짜 야당’, 국민 속에서는 ‘민생 제1당’의 대표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시기 우리 곁을 찾아온 여성, 비정규직, 청년, 농민, 성소수자 등 정치 바깥으로 밀려난 분들을 우리 당의 주역, 한국 정치의 주역으로 교체해 보자”며 “아래로 향할 때 우리 당의 외연은 무한히 확대되고, 집권의 시간은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창민 신임 부대표는 “국민에게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정의당을 만들어달라는 당원들의 열망을 알기에 어깨가 무겁다”며 “더욱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는 진보정치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방선거 승부수

 

결국 신임 리더로 당선된 이정미 대표는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를 잇는 차세대 리더로서 원내 유일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더 큰 성장을 견인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지게 됐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원내에서 개헌 논의를 계기로 한 선거제도 개혁에 매진할 계획이다. 최근 5%를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 중인 정의당은 국회 의석의 2%에 그치는 현실을 직시하고, 승자 독식의 기존 소선거구제를 비례성이 높은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이 대표는 당내 차세대 리더십 발굴에도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그는 막연한 외부 인재 영입보다는 당 안에서 ‘제2, 제3의 이정미’를 찾고, 이를 통해 정의당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전략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의당 새 지도부는 또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진행되는 개헌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의석이 6석밖에 없는 정의당으로써는 거대 정당들에게 유리한 선거제도를 개편해 최대한 원내 의석수를 늘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의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도이다. 정당별 총 국회의원 의석수를 정당투표 득표율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턱없이 모자란 의석수로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이 원내 개헌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점이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의석 구조 때문에 개헌 논의를 주도할 수는 없지만, 현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민심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원내 4당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미 대표의 역할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젊은 층이 더 많이 진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penfree1@hanmail.net

기사입력 : 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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