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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문재인·김상조’ 껄끄러운 이유

하루아침에 급변한 태도…“도둑이 제 발 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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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2017-07-14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후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하는 곳이 바로 유통업계다.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적 출점과 마케팅을 줄이는 대신 공정과 상생이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민생과 밀접한 가맹과 유통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취임 일성에 거스르지 않기 위해 잔뜩 자세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주>

 


 

 

제 발 저리는 유통업계…문재인정부 공정위 칼날에 ‘덜덜’

상생 이슈로 차질 빚던 대형마트 사업 규제에 더욱 ‘흔들’

그동안 감시·제재 안 받던 중위권 백화점 집중 조사 나서

프랜차이즈 문제 심각…보복행위 강력 징벌 표명 김상조

 

▲ 문재인 정부들어 유통업계가 각종 비위행위 처벌에 두려워 하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있다. <사진=SBS 뉴스 갈무리>     © 사건의내막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임기 초 ‘서민 중심’의 경제 정책이 사회전반으로부터 합격점을 얻는 분위기다. 특히 김상조 교수가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수 년 동안 가려져 있던 불공정거래, 부당 대우 등과 관련한 대기업들의 횡포를 낱낱이 조사하면서 인기는 더욱 올라가는 중이다.

    

떠오른 공정 상생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1호 법안은 프랜차이즈 업계를 규제하는 ‘가맹사업거래법 개정안’이다. 지금까지 가맹점 본사와 점주간 분쟁에서 ‘조정’이 성립돼 공정위 시정조치가 면제됐지만, 개정안은 양측 간 합의를 행한 경우에만 가맹본사에 대한 시정조치 등을 면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시정조치와 과징금 처분 가능 기간도 직권 인지된 사건은 조사 개시일로부터 3년, 신고된 사건은 신고일로부터 3년까지로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 일성에 맞춰 공정위의 칼날은 가맹 사업을 정조준한 모양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달 조류독감(AI) 사태를 빌미로 치킨 가격을 인상한 치킨 프렌차이즈 BBQ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에 나섰다. 또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체 중 하나인 피자업계까지 불똥이 튀었다.

 

취임 초기 가맹사업에 집중됐던 공정위 칼끝은 점차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올리브영과 같은 헬스앤뷰티(H&B) 전문점에 대해 실태점검을 벌인데 이어 이달에는 롯데하이마트 등 가전양판점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조사했다. 지난달 말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2배로 높이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기도 했다. 기업집단국과 가맹유통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유통업계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선보이자 유통기업들은 스스로 몸을 낮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BBQ다. BBQ는 공정위 현장조사가 이뤄지자마자 올해 두 차례나 가격을 올린 30개 치킨 제품값 전체를 원상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1위인 교촌치킨도 같은 날 가격이상 계획을 백지화했고, 2위 BHC치킨은 가격 인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유통업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지역사회 및 중소기업과 '상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경북 구미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2호점을 열었다. 구미 봉황시장 상가 2층에 들어선 노브랜드 매장은 시장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공산품 위주로 판매한다. 매장으로 가는 길목에 ‘청년몰’을 조성해 청년 창업을 지원했다.

 

롯데몰 은평점은 지난달 은평구청과 손잡고 연서시장내 전기 및 소방, 가스 등 위험 시설물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시설 개선 계획을 4단계(관심, 주의, 위험, 심각)로 구분해 오는 8월 말까지 개선 및 교육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점검 결과 ‘심각’으로 평가 받은 시설물은 ‘즉시 임시조캄를, 점검 결과를 ‘위험’을 받은 곳은 ‘종사자 우선 교육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6월26일 문을 연 국내 최대 유통단지인 가든파이브을 상생형 쇼핑몰로 조성했다. 가든파이브는 중소상인 250여명과 SH공사로부터 매장을 임차해 운영하며, 매출액의 일정 부분(수수료)을 임차료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매출액이 증가하면 수수료율이 상승해 상인들의 임대료 수입이 더 커지는 구조로 가든파이브점 영업이 잘될수록 중소상인들에게 더 큰 이익이 주어지는 셈이다.

    

떠는 복합쇼핑몰

 

이같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에 유통대기업들의 미래 사업으로 꼽히던 복합쇼핑몰·아웃렛이 ‘태풍의 눈’ 속에서 떨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련 규제가 강화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복합쇼핑몰·아웃렛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6월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백화점처럼 매출액의 일부분을 추가 수수료로 받는 복합쇼핑몰이나 아웃렛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유통업체가 ‘소매업자’인 경우에만 적용돼 ‘매장 임대업자’로 등록된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불공정 행위 방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 적용 대상을 소매업자에서 ‘상품 판매(소매)에 관여하는 임대업자’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의 ‘갑질’을 규제하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을 포함시켜 해당 업체-납품사 간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가뜩이나 중소상인과의 상생 이슈에 부정적으로 비쳐진 사업이기 때문에 규제 강화라는 리스크도 떠안게 되어 버렸다.

 

결국 유통대기업들의 신사업은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일단 롯데 서울 상암동 복합쇼핑몰은 지역 중소상인 반발로 건립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갈등은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전주에선 종합경기장 자리에 롯데가 복합쇼핑몰을 짓는 사업을 둘러싸고 마찰이 계속돼왔다. 현대백화점이 아웃렛과 호텔, 컨벤션센터 건설을 추진하는 대전 용산동에서도 상생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신세계는 ‘문재인정부 들어 불거진 대표적 복합쇼핑몰 갈등’이란 딱지로 인해 특히 부각됐다. 대선 직전부터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이마트타운 부산 연산점 관련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라 속앓이가 심하다. 광주 호텔복합시설,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이마트타운, 군포와 여수 이마트트레이더스 조성 사업까지 중소상인 반발과 마주해 곳곳이 지뢰밭이다.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부지 매매 계약은 지난 4월 부천시와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인근 인천시 부평구 ·계양구와 지역 중소상인의 반대에 막혀 아직도 못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신규 출점 계획은 원래 스타필드 프로젝트였다. 부정적인 여론에 사업 규모를 대폭 줄였음에도 중소상인 측에선 여전히 ‘결사 반대’를 외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 복합쇼핑몰 영업 등록을 승인받은 이마트타운 부산 연산점을 놓고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연제구가 지난달 2일 영업 등록을 결정함으로써 행정 절차가 모두 종료됐으나 중소상인 반발은 여전하다. 중소상인들에 이어 시민단체도 이마트타운 연산점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모두 공정위 움직임이 향후 일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복합쇼핑몰과 관련해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입지 제한 ▲오전 0시~10시 영업 시간 제한 ▲매월 공휴일 중 2일 의무 휴무일 지정 등이 포함됐다.

 

전통적인 백화점식 영업 모델이 한계에 다다르자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을 접목한 대규모 복합쇼핑몰·아웃렛 건립을 경쟁적으로 추진해온 유통대기업들로서는 거대한 암초를 눈 앞에 둔 셈이다.

    

▲ 대형마트들은 그간 수많은 갑질 사례로 여론의 인식이 나빠진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TV>     © 사건의내막

 

전문점도 타깃

 

또한 그간 정부 조사의 칼날을 비껴갔던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조사 대상에 포함되며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공정위는 감시·제재를 거의 받지 않아온 H&B스토어, 가전양판점, 중위권 백화점 등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라 불리는 전문점 시장의 불공정 거래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중구 CJ올리브네트웍스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불공정거래 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를 확보했고, 이달 들어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하이마트 본사에도 조사관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감시 체제에 돌입했다.

 

전문점은 가전·건강·미용 등 특정 상품군 판매에만 주력하는 전문 소매점으로 CJ가 운영하는 올리브영, GS의 왓슨스 등 H&B스토어와 롯데의 롯데하이마트 등 가전양판점을 말한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이번 조사를 통해 납품업체 간 계약 체결부터 납품 과정 전반에 걸쳐 거래 실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 공정위는 TV홈쇼핑,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몰 등의 불공정 행위를 적발해 제재해왔지만, 전문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위권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공정위는 그간 공정위의 감시를 거의 받지 않았던 AK플라자, NC백화점, 한화갤러리아 등 업체의 '갑질'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합당한 이유 없이 납품업체에 불이익을 준AK플라자·NC백화점·한화 갤러리아 등 백화점 6개사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린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도 포함됐지만 부과된 과징금은 중위권 3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AK플라자 8억800만원, NC백화점 6억8400만원, 한화 갤러리아 4억4800만원, 현대 2억300만원, 롯데 7600만원, 신세계 3500만원 순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후 공정위가 중위권 백화점들까지 대대적으로 직권조사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권조사란 피해 당사자의 신고가 없어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불공정 행위 의심 사업장을 조사하는 것이다. 중위권 백화점들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앞선 과징금 역시 중위권 3사는 조사 직전까지 대상인 줄도 모르고 있다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갑질 프랜차이즈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정부 공정위의 프랜차이즈 갑질 제재가 시작됨과 동시에 양파 껍질 벗기듯 새로운 갑질 사례가 속속 튀어나와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상조 위원장은 갑질논란이 끊이지 않는 프랜차이즈 업계를 정화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 대대적 개혁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상조 효과’로 인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재빠르게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갑질 논란’에 휩싸인 곳들은 창업주·오너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사과를 표하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22만여 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계약단계부터 폐점까지 업계 전반에 이른바 갑질 문화가 만연해 있으며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아직까지도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시작 이후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을 가장 뜨겁게 달군 곳은 MP그룹과 BBQ다. 공정위는 최근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BBQ가 가맹점으로부터 광고비 분담 명목으로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을 거둬가기로 한 과정에서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가 없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BBQ는 공정위의 현장 조사 첫날 가격 인상을 철회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이성락 사장은 취임 3주만에 책임을 안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MP그룹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이 본사와 관계사 2곳을 압수수색한 지 닷새 만에 백기투항했다. 정우현 회장은 6월26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가맹점상생협의회 구성 등을 약속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지난 7월6일 오후 업무방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정 전 회장을 구속했다.

 

또한 하도급업체 갑질 논란에 휩싸인 김성주 회장도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이어 패션브랜드 MCM 생산업체 성주디앤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공정위와 검찰 등의 다음 칼날이 향할 곳을 주시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여론도 좋지 않은데 가격 인상 등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기사입력 : 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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