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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8세 지능男 vs 옛 동거녀 혼인신고…무효일까, 아닐까?

법원 판결문 통해서 엿본 치사찬란 송사 속 남과 여

송경 기자 l 기사입력 2019/02/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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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입건된 데이트 폭력 피의자들을 혐의별로 살펴보면 폭행·상해가 73.3%(7552명)로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감금·협박 등이 11.5%(1189명), 스토킹, 주거 침입, 명예훼손 등을 포함한 경범 등 기타 혐의가 1.3%(138명), 성폭력 0.5%(50명)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17명(0.17%)이었고 살인 미수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50명(0.5%)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데이트 폭력과 이별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사법당국은 피해자를 촬영한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등 악질 데이트 폭력범에 대해선 가중해서 처벌할 수 있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에 금이 가거나 첨예한 갈등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부지기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기도 한다. 그래서 이혼(離婚)의 또 다른 이름은 ‘치부(恥部)’라는 사람도 있다. 법원 판결문에도 남녀 간의 사랑으로 생긴 온갖 어지러운 정에 의해 벌어진 치정극이 전쟁처럼 얽혀 있다. 법원 판결문에 비친 남녀 간의 사랑과 전쟁 3건의 이면을 들춰본다.

 


 

추락사고로 뇌와 몸 다쳐 8세 지능男…옛 동거녀, 그 남자와 혼인신고
남성의 친형이 혼인무효 청구…재판부, “의사능력 결여돼 그 혼인 무효”

 

▲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에 금이 가거나 첨예한 갈등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부지기수다.

 

G씨는 2015년 12월29. 조립식철골 작업 중 추락하여 두개골 함몰, 분쇄, 복합성 개방형 골절, 양측 외상성 경막하 출혈, 양측 외상성경막외 출혈,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대뇌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었으며(이하 ‘이 사건 사고’), 수술 후 해운대백병원으로 옮겨져 인지저하, 보행장애 및 일상생활동작수행 장애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다. G씨는 2016년 9월 지적장애 3급으로 등록되었다.


H씨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G씨와 동거한 적이 있다. H씨는 2016년 11월 G씨가 입원한 해운대백병원에 찾아와 G씨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H씨는 당시 G씨의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 G씨만 데리고 나가 병원 인근의 주민센터에서 G씨의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을 하여 임시신분증을 발급받고, 부산 기장군 ××면사무소에 방문하여 혼인신고(이하 ‘이 사건 혼인신고’)를 마쳤다.


부산가정법원의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 의하면, G씨는 2016년 9월 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 10점, 같은 해 11월 검사 결과 전반적퇴화척도 4점, 같은 해 11월 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 12점으로 확인됐다. 간이정신상태검사상 시간지남력, 장소지남력, 주의집중, 기억회상, 따라 말하기, 읽기, 쓰기 영역에서 손상을 보이는 상태로 간단한 명령 시행은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 쓰이는 물건의 이름 대기, 단순 계산, 기억회상 등의 수행능력이 떨어지고, 해운대백병원 진단서에 의하면 ‘스스로의 판단 하에 혼인신고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기술되어 있다.


또한 법원의 G씨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에 의하면, G씨의 현재 지능은 매우 낮은 수준(전체 지능 69, 언어이해 70, 지각추론 82, 작업기억 75, 처리속도 78)으로, G씨의 지능은 정신연령 8~12세에 해당한다. G씨는 ‘혼인’ 또는 ‘결혼’의 개념에 대해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나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단어로서의 매우 제한적이고 사전적인 개념으로만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6년 11월 전반적 퇴화척도 4점에서 2018년 11월 중등도로 심한 인지장애를 의미하는 5점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G씨는 2016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전반적으로 낮은 기능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G씨의 친형 I씨가 “동생의 결혼은 무효”라며 H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우리 민법 제815조 제1호에서는 혼인무효의 사유로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도 나와 있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친형 I씨가 제기한 G씨와 H씨의 혼인 무효 소송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부산가정법원 주성화 판사는 우선 “혼인은 부부관계의 창설을 목적으로 하는 신분행위이고, 가족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는 행위로서, 한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결정사항인 점, 만 18세에 다다르면 혼인을 할 수 있으나, 미성년자인 경우나 질병, 장애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제약이 있는 피성년 후견인의 경우 부모 또는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민법 제807조, 제808조)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혼인의 합의를 유효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재산상 법률행위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 능력 또는 지능이 있어야 의사능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주 판사는 또한 “이 사건의 경우 G씨는 사건 사고로 정신적 능력과 지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H씨의 제안으로 피고(H씨)를 따라가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G씨와 H씨가 함께 면사무소에 가서 직접 혼인신고서를 작성했고, G씨가 결혼의 의미를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있었으며, 가령 피고들이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사실혼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G씨의 정신적 능력과 지능상태를 보면 G씨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때 사실혼관계였던 H씨는 재판 과정에서 혼인신고 당시 G씨는 ‘자기야, 내가 누구야? 응?’이란 질문에 ‘와이프’라고 답하고, ‘그래 그럼 나하고 혼인신고 하러갈까?’라는 질문에 ‘응’이라고 답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H씨가 또한 ‘그래 가서 혼인신고 하고 오자. 그래야 같이 살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자, G씨가 ‘알았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이 같은 H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로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G씨가 H씨를 와이프라고 호칭하고 H씨의 혼인신고 제안을 받아들이는 답변을 했다고 하더라도 사고 이후 G씨의 지능과 의사능력 정도에 비추어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G씨는 H씨와 대등한 입장에서 혼인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H씨는 2016년 11월 가정법원에 G씨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주 판사는 “G씨는 향후 H씨와 대등한 관계에서 혼인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한 채 H씨의 주도하에 혼인신고에 응했다는 점에서도 혼인신고 당시 G씨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이 결여되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G씨와 H씨가 2016년 11월 면장에게 신고하여 한 혼인은 무효“라면서 ”친형인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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